
‘정보통신’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가치 모아 새로운 100년 준비할 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세계경제포럼(WEF)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2016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창했다. 그는 인류에 나타난 네 번째 혁명적 변화를 위와 같은 말로 표현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제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미래사회를 보여준다. 제1차 산업혁명 시대부터 제2차·제3차를 거쳐 정보통신 기술(ICT)이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10년 전 스마트폰의 ‘터치 혁명’은 전 세계인의 생활양식을 뒤바꿔놓았고, 우리 삶의 질과 방식은 이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또한 무서운 속도로 다가와 우리 삶을 바꿀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지금 우리 고향 제주의 가치와 위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 라는 옛말이 있었다. 또한 제주를 형극의 ‘변방의 섬’이라고도 했고, 해방 이후에는 ‘빨갱이들이 사는 섬’이라고 불러 차별받고 멸시 당하던 곳이었다.
몇 천 년 동안 농어업시대에서 관광산업시대를 거쳐 왔다. 또한 분절사회에서 국민국가 시대를 거쳐 지구공동체의 글로벌시대로 발전해 가는 상황 속에 제주가 있다.
과거 제주의 문화와 역사는 매우 특수하고 이질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중앙 지배 권력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서술된 까닭에 배타성·고립성·변방성·이질성 등으로 설명됐다. 그러나 이제 제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청정한 섬으로, 동아시아의 중심지이자 태평양시대 ‘한반도의 관문’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자연, 청정의 환경으로 제주는 ‘형극의 땅’이 아니라 ‘천혜의 섬’으로 우뚝 서게 됐다. 오랫동안 어렵지만 평화롭게 독립적 삶을 영위해온 제주인은 근대를 맞이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조선말에 가렴주구로 수탈을 당할 때 힘차게 일어서서 저항했다. 일제 강탈기에는 수많은 독립투쟁에 앞장섰고, 해방되고 나서는 자주국가 수립·통일국가를 염원하다가 ‘4.3’으로 희생당했다.
역사적 희생과 과학의 발달로 제주인은 자학적이고 왜소해졌다. 수많은 신화를 그려낼 수 있었던 통 크고 웅장한 제주인의 기상은 움츠러들고 자폐증 환자처럼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제주는 급격히 변화해왔다. 감귤산업으로 산업계가 재편되기 시작했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관광산업기를 맞이했다. 이제 80년 민주화의 진전에 발맞추어 4.3항쟁의 역사가 조명되기 시작하여 결실을 맺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제주를 동아시아의 중심지라는 가치로 사람·물건·자본이 자유자제로 오갈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키우려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독립적 삶을 영위해온 제주인의 역사에 착목하여 특별자치도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제 제주는 또다시 다른 가치와 위상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의 길목에 있다. 청정한 환경과 아름다움, 그리고 독자적인 고유문화와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천혜의 땅 ‘청정 제주’를 지켜나가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사람의 몫이다.
우주중심의 사유체계를 가지면서 통 크고 정의롭고 독립적인 제주인의 기상과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여 나갈 것인가? 조상에게 죄짓지 않는 후손, 후대에 존경받는 조상으로 기억될 것인가.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동아시아의 중심, 가장 아름다운 섬, 청정한 제주, 이러한 가치를 살려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위상과 제주다움을 간직한 ‘제주, 그 이상의 제주’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