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떨어진 작은 카페 연매출 6억원
외부변화·트렌드 읽고 휴먼웨어 접목
지난 주말 잠시 시간을 내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도내 사진명소를 들렀다. 다름 아닌 ‘우유부단’이다. 성이시돌목장 안에 위치한 10여평 남짓의 조그만 카페로, 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우유를 가공해 만든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외떨어진 작은 카페에 관광객이 오면 얼마나 오고, 매출이 얼마나 발생할까 하지만, 연 매출이 6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한 것은 일요일 늦은 오후 시간. 우유부단은 렌터카를 이용한 젊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목장 입구에 위치한 카페와 ‘테쉬폰’이라는 60년 넘은 작은 건물이 관광객들의 주 체험공간이다.
관광객들은 우유부단에 들러 밀크티나 아이스크림을 사고, 테쉬폰 앞으로 가서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고, 목장을 뛰노는 말을 한번 구경하고 돌아간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관광패턴이지만 시쳇말로 요즘 대세다.
우유부단이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SNS)가 발달한 초연결사회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소셜네트워크와 자신을 연결하기 위한 소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우유부단에 온 관광객들은 도착해서 떠나는 순간까지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눌러댄다. 그리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한다.
집에서 라면을 끊여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화제가 되는 멋진 장소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네트워크에서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속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역사유적이나 명승지와 같은 종전의 관광지와 달리 “거기가 왜?” 하고 궁금해지는 곳들이 최근 관광명소로 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몽상드 애월이 위치한 애월읍 한담해변, 월정리 해변, 금오름 등 새로 관광지화 된 곳들이 많다. 한마디로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우유부단으로 돌아가 보자. 우유부단이 화제가 된 것이 단지 화제성 있는 아름답고 멋진 장소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품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친환경 농수산물에 대한 선호, 남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진정성 있는 지역문화와 자연을 원하는 수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 트렌드를 잘 읽어내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유부단을 운영하는 ‘섬이다’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섬이다는 로컬푸드와 지역문화를 결합시킨 청년중심의 조직으로, 지역 농축산물의 부가가치 확대와 지역순환형 경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관광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년’ ‘외부인’ ‘미친 사람’이라는 3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외부변화와 트렌드, 수요를 읽어내면서 지역관광 발전에 몰입할 수 있는 휴먼웨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유부단이 빛나는 것은 휴먼웨어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역기반관광은 지역의 공공자산인 자연과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주민이 관광상품을 생산하고, 개발하고, 유통함으로써 지역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자원 및 환경보전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광이다. 즉, 자연과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이 공존하는 관광을 만들어 냄으로써 지역주민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관광객을 초대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이 행복한 관광지야 말로 관광객에게 질 높은 경험과 만족을 제공하게 된다. 제주가 지향하는 ‘질적 관광(質的 觀光)’ 실현의 대안인 것이다.
한편 지역주민은 기술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자본적으로도 소규모이고 열악하다. 관광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관광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이를 창출해 낼 더 많은 휴먼웨어를 육성하기 위한 관심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