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도지사 성희롱’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을 단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겠다는 것만으로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이 현재의 도지사와는 무관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건이 나던 2002년 2월의 시점에서는 사건의 주인공인 우근민 전 지사가 현직이었을 뿐 아니라 여성부의 성희롱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쪽이 제주도와 우 전 지사였음을 감안하면 ‘행정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고법 판결 이후의 후속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 후속조치란 ‘성희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인 고모 여인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 전 지사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피해자 뿐만 아니라 도민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해야 옳다. 도지사의 성추행이라는 파렴치한 사건으로 제주도의 대외적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는가 하면, 도민들로서도 낯을 들 수 없을 만큼 큰 수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자치단체장으로서 전국 최초로, 그것도 도지사 집무실에서 여성단체장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데도 우 전 지사와 제주도는 아니라고 우기면서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결국 ‘도지사 성희롱’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제주도가 이 사건으로 낭비한 세금은 얼마이며 또 고 여인에게 지급할 1000만 원은 혈세가 아닌가.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우 전 지사에게 구상권이라도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제주도는 법적 판결을 존중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또 법원이 권고한 성희롱 재발방지대책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우 전 지사 역시 제주도라는 가림 막 뒤에 숨지 말고 대명 천지로 나와서 도민들에게 백배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그래도 도백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