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과 지자체 물밑 경쟁
재정분권과 지자체 물밑 경쟁
  • 이경용
  • 승인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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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이미 ‘최선의 안’ 마련 중
시작이 중요 제주 선제적 대응 필요

지난 22일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정부에서의 지방재정’이란 주제로 한국지방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제주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지방재정과 관련된 국내 대표적 학자들이 집결한 데 놀랐지만, 더욱 놀랐던 것은 이 행사에서 발표된 논문들이 무려 29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분권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할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은 이번 학회 참가를 통해 한 가지 주목할 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재정분권에 대비한 나름의 논리 개발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정분권의 핵심은 국세-지방세 비율을 현행 8:2 수준에서 향후 6:4 수준까지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정책수단으로는 지방교부세율·지방소비세 비중을 높이고, ‘고향세’ 등을 도입하여 지방재정 확대와 형평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재정을 둘러싼 정부의 이전재원 구조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정 이전재원 하나의 비중을 상향시킬 경우 다른 이전재원의 비중은 낮아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별로 재정확대 규모가 달라진다. 오히려 재정형평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례로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개혁안에 대해 성남시·수원시 등 6개 불교부단체 시장과 시의원이 단식 및 삭발 시위를 한 바 있다. 정부의 계획은 소위 잘사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었으나, 관련 지자체는 현행 제도의 문제 해결 없이 재정지원을 무기 삼아 지자체를 겁주는 것이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개악안’이라고 맞섰다. 이처럼 지방재정을 둘러싼 제도의 개선은 철저히 지자체의 실익에 따라 타협되고 조정된다.

현재 재정분권을 앞두고 지자체간 특별한 대립은 없지만, 이는 재정분권에 관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개헌에 대한 의견 수렴과 개헌안이 확정되고 나면, 내년부터는 재정분권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방안들이 제시될 것이다. 이 때쯤이면 여러 가지 안을 두고 지자체간 대립이 극명해지고, 연대와 이탈이 분명해지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분권이라는 큰 변화 앞에서 보다 합리적인 지자체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답은 정부에서 제시할만한 안들을 분석함과 동시에, 도민에게 최선인 안과 모든 지자체가 수용할만한 안을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안을 요목조목 비판함과 동시에, 최선의 안을 정부부처 상대로 지금부터 설득해야 한다. 최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장 용이한 방안 사이에서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학회에서 일부 지자체가 정부부처 설득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최선의 안을 이미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 제주도는 아직까지 재정분권에 대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 이슈에 매몰되어 개헌과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뒤늦게 시작됐다. 특별자치도이면서 특별한 정책을 주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주도는 재정분권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와 연대하여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이고 안이한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

제주특별법 개정이 지역형평성 논리에 막혀 절반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재정분권은 앞으로의 기류를 놓친다면 지자체의 이해타산에 따라 제도 변경이 더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달초 이뤄진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에선 제주자치도가 제출한 90건의 과제 중에서 42건만 수용된 바 있다.

제주도의 최선안을 ‘지역이기주의’라고 스스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한 공동의 선(善)과 상반된다고 양보할 필요도 없다.

도민을 위한 최선안과 다른 지자체의 최선안이 서로 절충되고 타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도민을 위한 최선안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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