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의 삶을 따로 이야기하나
왜 여성의 삶을 따로 이야기하나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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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성영화제 상영표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 19일 출발 23일까지
경쟁공모 ‘요망진 당선작’ 10편등 40편 상영

24살 대구토박이 오희정은 지긋지긋한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편입시험을 준비한다. 형편이 어려운 그녀는 학비 마련을 위해 수성못 오리배 매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열심히 살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희정은 계단을 오르고 길을 걸을 때조차 영단어 외우기를 멈추지 않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읊조린다.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초입마다 여성들의 실존적 삶의 문제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온 제주여성영화제가 19일 시작됐다.

(사)제주여민회(공동대표 이경선, 김영순)는 그 첫 영화로 유지영 감독의 ‘수성못’를 오후 1시 메가박스 제주점에 올렸다.

수성못에는 “제발 치열하게 좀 살자”고 말하는 희정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며 자살을 의식처럼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이 등장한다. 동반자살모임에는 신검 7급을 벗어나지 못 해 군대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 하는 희정의 남동생도 포함됐다.

얼마 뒤, 서울로 올라가 편입시험을 치른 희정은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낙방하고, 낯선 지하철역에서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고 지갑을 빼앗긴다.

영화는 자살하려는 젊은이들과, 꿈을 치열하게 좇는 희정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많은 청춘들이 위로받지 못 하고 섬처럼 홀로 고민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여준다.

시험에 낙방한 희정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건넨 상대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는 점, 삶이 힘겨운 희정이 “나도 내가 선택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자 또다른 청년이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은 자본력이 기회를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족쇄와 장벽을 상징한다. 

어쨌거나 모두에게 사는 건 쉽지 않다.

‘수성못’에 이어 상영된 ‘섹스, 설교 그리고 정치’(오드 슈발리에-보멜 감독)에는 낙태 수술을 받으러 갔다 시체로 발견된 브라질 여성 잔디라가 등장한다. 낙태가 불법인 브라질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불법시술소를 선택해 낙태를 하다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 정치인들은 ‘낙태는 살인’이라고 합법화를 반대하며 여성들의 죽음을 방기한다고 감독은 말한다.

이번 제주여성영화제에서는 올해부터 경쟁공모로 선정된 ‘요망진 당선작’ 10편을 포함해 모두 40편이 상영된다. 
영화 섹션은 혐오·폭력·차별·파괴의 시선에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기, 나이·계급·종교·국적·성적취향에 관계없이 다양한 곳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삶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에 직면한 여성들의 이야기 등으로 나뉜다.

이번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는 ‘여성이 춤출 수 있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오는 24일까지 메가박스 제주점과 김만덕 기념관에서 이어진다. 1회 관람권은 5000원, 40편 전체 관람권은 2만원이다. 문의=064-756-7261/jejuwomen.tistory.com(제주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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