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어제와 오늘
다문화가정의 어제와 오늘
  • 임정민
  • 승인 2017.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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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외국인 204만명
10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어
다양한 국가 결혼이민자 증가 영향

크고 작은 문제 견디며 많은 발전
한국 사회 어엿한 구성원
문화적 다양성 국가 동력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4만명으로 10년 전 91만명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9.2%씩 증가했다.

가장 큰 요인은 결혼이민자들이다. 다양한 국가의 신부들이 다양한 풍습과 모습으로 국내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인종적 차별’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경우 서양 사람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아시아의 결혼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은근히 무시하며 차별한다는 ‘원성’이 종종 들린다.

다문화가정의 불화는 물론 한국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의 위상과 성숙한 사회 발전을 위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다른 피부색’을 보지 말고 ‘똑같은 인간’으로 다가서줬으면 한다.

다문화가정의 수가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언어소통의 문제로 남편의 폭력과 가족의 학대, 주위의 편견 등을 통해 고통 받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2010년 7월 정신장애인(47세) 남편이 20세 베트남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은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하다.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만나 신혼생활 시작한 지 8일 만에 벌어진 비극이다. 한국 측 신랑의 정보를 외국인 여성들이 거의 알지 못한 상태서 결혼하면서 비롯됐다. 이혼 경력은 물론 알코올 병력과 정신과 이력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신부들에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결혼을 위해 출국하는 한국 신랑들에게도 아무런 교육이 없었다. 다행히도 2011년 7월 국제결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 국제결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바람직한 다문화가정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국제결혼안내 프로그램’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개설됐다.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교육도 다양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4월부터 국제결혼의 정상화를 위해 결혼비자 발급심사가 강화됐다. 결혼이민자(외국인 신부)는 기초 수준의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야한다. 신부들은 현지의 학원 등을 통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자격증을 획득하거나 세종어학당과 같은 정부 인가 한국어 교육기관(120~150시간) 수료증이 있어야 된다.

이 제도에 따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기초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입국한 여성들이 한국에서의 적응이 빨라지고 자녀 양육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아이들의 언어발달 지체는 학습능력과 이해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소극적이거나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은 물론 우리의 문화·역사·풍습 등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하고 꾸준한 교육은 많은 긍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외국인 새댁’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습부진아가 아닌 학급의 대표로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다문화가정 자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인 시선도 따뜻해지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시부모는 물론 공무원·교사와 지역주민을 위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힘들어하는 임신 출산·산후조리의 어려움도 이제는 친정 엄마를 초청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여건이 안되면 같은 국적의 선배로부터 친정엄마와 같은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낳은 뒤 함께 고국의 음식을 먹고 대화를 하면 정서적으로 많은 위로가 된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다문화가족들의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 자녀교육의 어려움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다양성을 국가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이기도 하다. 같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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