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추진 설명회가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무산됐다. 18일 오후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됐었다. 그동안 당국과 주민 간 몇 차례의 접촉이 있었으나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입지 선정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만큼 재용역을 실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국토부는 “재용역을 하라는 것은 제2공항을 건설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가 입장을 취해왔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제2공항과 관련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답변 및 검증을 요구했었다”며 “정권 교체 후에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촉구했지만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고 정부를강하게 성토했다.
현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다. 제2공항 입지 선정 등 추진 과정에서 제반 문제가 불거졌으니 이를 바로잡자는 것. 이에 반해 국토교통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제시한 설명회 자료도 △입지 선정과정의 투명성 △정석비행장 탈락 정당성 △제2공항 내에 군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등 기존 입장만 반복해서 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진솔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원희룡 지사와 이상순 서귀포시장도 싸잡아 비판했다. 시민들의 요구안마저 국토부 핑계대기로 일관하는 등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라는 것이다.
제주 제2공항은 2018년 1월까지 동굴조사와 전략환경평가,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을 수립한 뒤 2020년 7월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싸고 장기간 투쟁을 벌였던 강정마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원희룡 도지사가 중재자로 나서 주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주민들이 억지 주장만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그 이유를 제시하며 설득하는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 성산이 ‘제2 강정마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반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솔한 대화부터 나누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