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 2년 만에 열린 ‘국경’
김석범 2년 만에 열린 ‘국경’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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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도’ 작가, 박근혜 정권 당시 거부됐던 입국 성공
이념 따른 기준 논란…南도 北도 아닌 ‘조선’ 국적자

제주 4.3의 아픔을 다룬 소설 ‘화산도(火山島)’의 재일 조선인 작가 김석범(金石範, 92)씨가 2년만에 한국 방문이 허용되자 제주 4.3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석범 작가는 ‘제1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이달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2015년 4월 제1회 제주4.3평화상에 따른 수상소감이 이념 논쟁에 휘말려 한국 정부(박근혜 정권)로부터 입국이 거부된지 2년만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 친일파와 민족반역자 세력이 역사의 왜곡과 거짓에 맞서면서 전국적으로 치열한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동일 선상에서 일어난 것이 제주 4.3”이라는 수상 소감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때문에 그해 10월 서울에서 개최하려던 출판기념식과 동국대 심포지엄도 무산됐다.

김 작가는 해방 후 남과 북으로 분단된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줄 곳 ‘조선’이라는 실체가 없는 국적을 고수했다. 법적으로 ‘무국적자’로 간주돼 국내 입국이 수차례 좌절됐다.

하지만 국적을 불문한 재일동포의 고향방문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계기로 김 작가의 고국행이 성사됐다. 정권에 따라 제주 4.3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공약으로 지정된 제주 4.3 추념식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제주 4.3 사건에 사과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공식인정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4.3 역사 축소·왜곡 논란이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시도 등 제주 4.3을 둘러싼 이념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6일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제주 4.3 유족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4.3 문제를 정부가 방임해 죄송하다”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문재인 정부 입장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 치러지는 제70주년 제주4.3 추념식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4.3 역사를 기념하고, 정부가 사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석범 작가는 이호철통일문학상 수상소감을 통해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앞두고, 4.3 문제와 함께 해방 공간의 총체적인 역사 청산, 재심의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앞으로 남북 평화통일의 든든한 담보,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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