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150㎝, 마른 편, 붉은색 상의, 검은색 바지, 보라색 슬리퍼, 천달린 모자를 쓰고 오전 10시경 밭으로 나가 미귀가, 목격시 인근 파출소로 연락바람.” 우린 가끔씩 이런 미귀가 어르신을 찾는 전단지나 방송 문구를 접하곤 한다. 이분들은 때론 거주하는 마을을 벗어나 인근의 마을로, 심한 경우는 타 읍,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능력이 모자라는 경우는 정신지체라고 부르지만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판단력 등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를 일컫는다.
치매 조기검진 사업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치매와 건망증과의 차이를 궁금해 한다. 치매가 막 시작되는 초기와 건망증을 구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본다면 건망증의 경우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나 경험한 일 중에서 일부분을 일시적으로 망각하게 되지만, 치매의 경우에는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 자체 또는 경험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이 흔하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깜빡하고 생각이 나지 않았다가 시간이 좀 흐른 후 다시 생각나는 경험을 흔히 하게 되는데 이런 것은 치매의 증상이라기보다는 건망증에 가깝다. 그렇지만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도 얼마 뒤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었냐는 듯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이는 치매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그분들은 항상 다니던 올레길이 낯선 길이 되어 무한질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치매는 치료 가능한 병으로 10~15%는 완치가 가능하고, 나머지 경우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상당한 정도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오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치매 조기검진을 1년에 1회 이상은 꼭 받아보길 권하며, 치매 진단이나 배회 경험이 있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보건소에서 위치 추적기와 배회가능 어르신 인식표를 무료로 신청 받아 무한질주를 예방,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제주시동부보건소 김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