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전담사 1명에 전국 평균보다 한창 많은 학생 배정
저녁돌봄에 활용하랬더니 오후돌봄 외부위탁 13개교나
주 15시간미만 초단시간 돌봄전담사 비율도 전국 상위
문재인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저 출산 극복을 위해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지역에 따라 형식적이거나 일관성 없이 시행돼 온 현행 초등 돌봄교실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교육망으로 재편한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제주지역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지역 초등 돌봄교실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교육당국이 ‘낮은 돌봄의 질’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제주는 ‘교실 당 학생 수’가 많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107개 초등학교에서 176개실의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외도초, 백록초와 같이 외부에 운영을 위탁한 36실을 제외하면 140개실이 학교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실당 1명의 돌봄전담사가 배치되는데, 대부분 교실당 25명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이는 전국 평균 20명, 울산시 평균 17명을 월등히 초과한다.
때문에 일부 현장 관계자들은 “돌봄전담사 1명이 1~2학년 어린 초등학생들을 25명 혹은 그 이상씩 맡으면서 제대로 된 돌봄이 안 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이러한 환경에서는 관심이 필요한 아이가 한 명만 섞여 있어도 업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급당 학생수는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제주지역 한 반 학생 수가 타 지역에 비해 높다면 돌봄교실의 질이 낮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오후 선생님’이 되는 돌봄전담사들의 근로 여건도 열악하다.
돌봄전담사들의 고용 형태는 크게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무기계약직과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기간제로 구분된다. 현재 도내 돌봄전담사 140명 중에는 기간제가 92명(66%)이고, 무기계약직은 48명(34%)에 불과하다. ‘기간제 66%’의 비율은 전국 평균인 29%의 두 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제주지역 기간제 돌봄전담사 92명 중 90명이 한 주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퇴직금과 연차휴가의 적용을 받지 못 한다. 도교육청은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들에게 하루 3시간씩 주 5일, 한 달 59시간 이하로 근무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오후 돌봄을 받는 중, 3시간은 돌봄전담사로부터, 나머지 1시간은 외부 강사로부터 특별 프로그램을 듣는 방식으로 보내게 된다. 누구나 안정된 근로환경에 근무할 때 더 능력을 발휘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 한다’는 교육계의 오랜 불문율이 정규 교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을 외부에 위탁하는 형태도 돌봄의 질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노형·도남·동광·백록·신제주·오라·외도·인화·제주서·제주중앙·종달·하귀일·한라초등학교가 외부에 돌봄교실 운영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위탁하는 학교의 예산 집행 현황을 보면, 총 예산의 70% 가량을 인건비로 충당하고 운영비는 25~30%에 머물러 직영하는 학교의 반반 비율에 비해 운영비가 적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당초 교육부는 돌봄교실 위탁을 저녁돌봄을 시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도록 했으나, 제주에서는 저녁돌봄은 한 학교에서도 실시하지 않으면서 오후돌봄에서 외부위탁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