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수 함유 성분 분석 오염원 축적
모니터링 강화 등 생명수 관리 최선
지하수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알고 있다고 한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할 수도 있지만 지하수를 분석해보면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성분들이 지하수에 포함되어 검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수를 통해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한 의식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는 지하수 생산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빗물 중에서 45%가 땅 속으로 침투되어 지하수가 만들어 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무심코 버린 오염물질은 지표면을 따라 외부인 바다로 빠져 나가는 것보다는 토양과 암반을 거쳐 지하수 층으로 가는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물은 땅속을 흐르면서 만나는 것마다 물·암석(토양)반응을 통해서 조금씩 특징적인 성분들을 함유하게 된다. 암석이면 암석, 흙이면 흙, 오염물이면 오염물 등 만나는 물질의 성분들을 ‘나누어 갖고’ 지하로 이동해 내려간다.
그래서 땅속을 흐르는 물을 분석해 보면 어디를 거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빗물이 오염물질이 없는 곳을 통과하면서 좋은 암반층을 만난다면 우리 몸에 좋고 미네랄 생수가 되지만 우리가 버린 오물들이 버려진 곳을 통과했다면 오염된 지하수가 되는 것이다. 최근 적발된 한림읍 지역 양돈농가의 축산폐수 숨골 배출 사건이 도민사회에 충격을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지하수의 분석기술과 분석 장비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세균의 유무나 납·카드뮴·비소 등의 중금속 또는 농약과 같은 인체에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만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위원소를 이용한 기술이 개발, 다양한 오염원을 판별해내고 있다. 지하수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어떤 오염물질이 유입됐는지 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테면 축산분뇨에 의한 지하수 오염의 경우 지하수에 포함된 대장균 성분의 유전자 지문을 분석, 어떤 축종에서 유래된 오염원인지도 밝혀내고 있다.
빗물에는 이온 성분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흐르는 중에 만나는 것마다 물·암석(토양) 반응에 의해서 조금씩 녹여낸다고 생각하면 먼 거리를 돌아서 만들어진 지하수일수록 많은 이온성분을 함유하게 된다.
따라서 강우가 있은 후에 수질의 변화를 측정, 강우 전과 비교해 보면 반응속도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투수성이 좋은 숨골을 통해서 들어왔는지 아니면 지하수관정의 상부보호공이 파손되어 들어온 물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총 동원하여 양돈분뇨 무단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무단분뇨에 따른 영향이 주변 어느 범위까지 미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물은 어디서나 중요하지만 ‘섬’ 제주에 있어선 생명수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도민 모두의 공공재인 지하수의 활용가치를 높이고 수질보전을 위해 제주를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구분, 각 권역별 32개의 지하수 등 모두 128개 관정에 대해 10여년간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
앞으로 더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도내에 산재해 있는 1260개의 잠재 오염원을 포함, 오염원으로 인해 주변 및 하류 지역 지하수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제주도 지하수 수질은 청정과 공존의 미래비전이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지하수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환경습관과 마음까지도 담는다. 우리들의 마시는 지하수 한 컵, 무심코 버리는 물속에는 우리들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음을 잊지 말자.
현재 우리들이 누리는 지금의 환경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것을 잠시 빌려서 쓰고 있는 것이다. 훗날 후손들이 우리 ‘삶의 흔적’에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