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두브로부니크의 성벽 투어와 빨간 지붕, 파란 하늘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그리스의 산토리니도 마찬가지다. 산토리니의 파란 지붕과 하얀 집은 그 자체가 관광명물이다.
제주지역의 경우는 어떤가. 도내 해안변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지만 주변 풍경과는 부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들쭉날쭉 즐비하게 들어선 각종 건축물에, 건물 색깔도 저마다 달라 눈을 어지럽힌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때마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올해 4월 도시관리계획이 변경 고시되면서 도내 오름과 해안변 보전을 위한 경관지구가 대폭 확대됐다. 기존 443만8000㎡의 경관지구(오름 자연경관 및 해안변 수변경관)가 1834만7000㎡로 확대 지정된 것이다.
이들 지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건폐율 20% 이하, 높이 2층(10m) 이하 등으로 제한됐다. 신규 건축물 심의도 경관·건축공동위원회(공동위)의 심사를 받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오름과 해안변 경관 보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그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공동위가 심의한 전체 건수는 모두 152건. 이 가운데 원안을 통과한 건축물은 33건(21%)에 불과했다. 조건부 통과(39건) 건수까지 포함하더라도 72건(47%)에 그쳤다. 전체 심의대상 건축물 중 절반 이상(재심의 64건, 반려 6건, 보류 10건)이 공동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자치도가 경관지구를 대폭 확대·지정한 것은 ‘경관’을 제주의 소중한 공공자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경관 훼손을 막기 위한 공동위 심사 강화도 그 일환이라 여겨진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경관(景觀)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의 모습’을 뜻한다. 경관을 적극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리되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예컨대 오름과 해안변에 한해 주변 건물을 좀 더 정비하고, 제주만의 특유한 색(色)을 입히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제주도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볼 것을 주문한다. 관계부서가 서로 머리를 맞대 슬기를 모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