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탄생의 주역인 서명숙 이사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귀포 태생인 그는 대학 운동권을 거친 기자 출신이다. 정치부 기자로 시작해 시사저널 편집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생존하기’에 여념이 없는 20여년의 기자생활 속 몸과 마음을 추스릴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걷기 시작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산티아고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게 바로 제주올레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과 몽골 등에 ‘걷기 열풍’과 함께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주올레가 개장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7년 9월 7일 비영리 민간단체인 (사)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첫걸음을 뗀 이후, 제주를 한 바퀴 걸어서 여행하는 정규코스 21개 등 총 26개 코스 425㎞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그 성과 또한 대단하다. 개장 이래 2016년 말까지 약 720만명이 올레길 탐방에 나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규슈올레와 몽골올레 등의 오픈에 산파역을 담당하는 등 글로벌 무대로 ‘올레 브랜드’를 확장시켰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올레는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한라산 제외)로 올레길이 1위를 차지했다. 또 연간 560억원의 생산효과를 창출한다는 경제효과분석 보고서도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민 소득과의 연계성 미흡과 ‘도민 사생활 침범’ 등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제주올레는 자연과 문화와 걷기의 만남으로, ‘경쟁에서 벗어나서 느리게 한 번 살아보기’의 전형이다. 10년을 넘어 앞으로 100년, 1000년 지속가능한 올레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