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제주 서부 중산간지역의 제한급수가 한 달을 넘어섰다. 2013년 이후 4년 만이라고는 하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속 힘든 여름을 보낸 주민들은 지금도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제주도정이 내건 이유는 ‘무심한 하늘 탓’이다. 이들 20개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인 한라산 어승생 저수지는 평소 하루 1만8000t 규모의 물이 유입됐다. 하지만 올해는 4000여t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6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에도 불구하고 현재 저수량은 고작 9만여t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해결책으로 내놓은 지하수 개발은 먼 훗날의 일이고, 농업용수 관정을 연결해 제한급수 해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이와 관련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의 말은 실소(失笑)마저 머금케 한다. “4년 전 제한급수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라산 윗세오름에 비가 와야 되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뭐라 말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은 전적으로 ‘물 관리 정책의 실패’가 그 원인이다. 환경부의 ‘2015년 상수도 통계’에 의하면 제주지역 누수율은 43.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7개 시도 평균 누수율 11.1%와 비교하면 무려 4배나 높은 것이다.
유수율(有收率·정수장에서 생산해 공급된 총 송수량 중 요금으로 받아들인 수량) 또한 전국 평균(83%)에 비해 절반 수준(43.2%)에 머물고 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서 물을 생산해내도 주민에게 공급하기 전 땅 속으로 스며드는 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땅 속의 문제’부터 하루 빨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이유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불과 4년 전 500억 가까이 투입한 어승생 제2수원지가 채 2년도 안돼 누수가 발생하는 등 ‘무용지물화’ 됐다는 점이다. 제한급수 등의 행정 난맥상은 ‘천재(天災)’가 아닌 명백한 ‘인재(人災)’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대책을 내놔도 ‘물 부족 현상’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