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제주도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 김태석
  • 승인 2017.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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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도 헌법적 지위 확보 노력 박차
선진특례 개발·자치역량 강화 필수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속담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는 뜻이다. 이 속담을 지금 제주지역 현안에 빗대어 보면 ‘개헌’이라는 물이 들어왔고, 제주특별자치도는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형상이다.

‘헌법적 지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특별자치도’를 헌법 조문에 직접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헌법적 지위가 확보된다면 제주특별자치도에 새로운 권한을 가져올 때 마다 특별법 개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 또 당초 특별자치도 출범 목적인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가져오는데 필요한 법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새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이루어질 개헌 국민투표에 발 맞춰 정부 설득 논리 개발,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한 총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의회에 제출한 2017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도 22억9000만원의 자치분권 관련 연구 및 대국민 홍보 예산을 대거 편성했다.

이러한 헌법적 지위 확보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서 인식되고 있으나 ‘노’를 본격적으로 젓기 전에 한번은 따져 봐야할 질문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특별자치 개념’에 관한 것이다. 특별자치라는 개념은 학술적, 법률적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다.

그 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행되고 있는 일반자치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쓰여 왔다. 즉 일반적인 수준보다 ‘보다’ 우위에 있는 자치권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분권형 개헌이 실현되어 타 지자체의 자치권이 확대·강화되면 제주가 갖고 있는 특별자치권의 비교우위는 희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에 제주가 ‘특별자치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진특례’를 개발하는 노고를 감수해야한다. 반면 또 다른 특별자치 지역인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개념으로 명확하게 정의되고 있다.

그간 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법제도적 전략’으로 정의되어 왔기 때문에 수단적 성격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되어야 할 제주특별자치도가 무엇을 지향하는 개념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특별자치 역량’이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간 분권을 말할 때 중앙의 반대논리는 지방은 아직 자치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선심성 행정, 지방의회 전문성 부족, 지역이기주의 등을 근거로 지방은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렇다면 특별자치권이 인정된 지난 10년간 제주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왔는가?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부터 지적돼온 ‘제왕적 도지사’ 문제부터 최근의 행정체제개편 및 행정시장직선제 문제, 그리고 선거구획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자치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이 주어졌을 때 그 것을 제대로 활용할 능력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갖춰졌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모든 일을 스스로 척척 해내는 어른의 모습이, 어린이의 눈에는 그저 부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보면 삶의 고단함과 무거운 책임감이 항시 어깨를 누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어른이 되는 걸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어른이 된 이후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권한을 다 가져오기 전에,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은,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전,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에 도착한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노를 젓기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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