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열린 양돈 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규탄대회에서 한림읍민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였다. 이날 규탄대회장엔 ‘업자는 돈 냄새, 읍민은 똥 냄새’ ‘1천억 도민혈세 똥물 되어 돌아온다’ 등이 적힌 피켓이 즐비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양돈산업 발전에 수백억원의 혈세를 투입해왔다. 하지만 악취나 폐수 방류 등의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때문에 ‘퍼주기식 지원’은 이제 그만두고, 양돈산업 전반에 걸쳐 ‘새판 짜기’ 수준의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간 FTA(자유무역협정) 경쟁력 강화 및 악취 저감 등의 명목으로 투입된 예산은 그야말로 막대하다. 지난 2011년만 하더라도 도내 주요 축산(한우·낙농·마필·양돈·가금) 분야에 324억23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 가운데 양돈 분야가 135억8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41%를 차지했다.
2012년에도 주요 축산 예산 301억7300만원 중 약 68%인 204억8000만원이 양돈 분야에 집중됐다. 이후에도 이 같은 지원은 계속돼 2013년 194억1400만원(전체의 51%), 2015년 64억4500만원(44%)에 이른다. 2011년 이후 5년간 무려 700억원이 넘는 돈이 양돈 분야에 투입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제주축산업 미래발전 종합대책 5개년계획을 수립 발표하며, 오는 2020년까지 총 636억14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지금까지의 비율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줄잡아 1000억원에 달하는 도민 혈세가 양돈 산업에 투자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악취 저감은커녕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 숨골을 통해 축사폐수를 무단방류하는 파렴치 행위를 거듭하고 있으니, 인근 주민이나 도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선 도내 공직사회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모 공무원은 “도정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양돈 관련 민원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양돈산업 전반에 걸쳐 ‘새판 짜기’식 개혁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회에 양돈업계의 ‘적폐(積幣)’를 바로잡지 못하면 양돈산업은 물론 축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뻔하다. 업계의 깊은 자성과 지역민과의 상생노력, 그리고 도와 의회의 강력한 제도 정비 등을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