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관련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첫 번째 자리가 마련됐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분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 요구에 강정마을 측이 ‘조건 없는 철회’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강정마을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강정마을 관계자(조경철 마을회장·고권일 부회장·강동균 전 마을회장)와 정부 측 관계자(청와대·국무총리실·국방부 등)가 제주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자리에서 정부 측은 “일방적인 철회는 어려우니 명분이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반면 강정마을 측은 “아무런 조건 없이 구상권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이다.
정부 측이 ‘명분(名分)’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부작용이나 정부 부담 등을 운운하고 있어 ‘일방적인 철회는 어렵다’는 메시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에 하나 강정주민에게 ‘고개 숙이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향후 구상권 철회와 관련된 대화나 논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 조경철 마을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건 없이 소(訴) 취하가 안 된다면 차라리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조사결과 마을 주민들의 잘못으로 인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를 많이 했으나, 이번 간담회를 보면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말 속에서 ‘강정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