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용암동굴
제주의 용암동굴
  • 전용문
  • 승인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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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담고 이동시키는 중요한 공간
표면 굳은 용암 속 빠져나가며 생성

제주도에서 동굴은 단순히 지하의 빈 공간이 아니라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담고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제주도 지하 동굴로 축산분뇨를 무단으로 배출한 사례는 많은 도민들이 동굴과 지하수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준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축산분뇨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제주도 동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먼저 동굴의 정의를 살펴보면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으며, 사람이 출입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지니고, 일정한 연장성을 가지고 있는 지하 공간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동굴은 형성과정에 따라 크게 석회동굴·용암동굴·해식동굴 등으로 구분된다. 석회동굴은 우리나라 전체 동굴의 약 90%를 차지하며, 지하수가 석회암 지층 사이를 통과하면서 지층을 녹이면서 만들어지는데 강원도와 경북·충북 등지에 분포하는 동굴이 모두 석회동굴에 해당된다.

반면 용암동굴은 화산분출시 흘러간 용암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 하와이, 아이슬란드, 호주 등이 대표적인 용암동굴 분포지역이다. 해식동굴은 석회동굴이나 용암동굴이 파도 등에 의해 깎여 만들어지는데, 우도의 동안경굴과 갯깍 주상절리대 동굴이 대표적인 해식동굴이다.

제주에는 현재 약 170여개의 용암동굴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매년 추가로 새로운 용암동굴이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용암동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먼저 뜨거운 용암이 분출되어 지표로 흘러갈 경우 공기 중에 접하는 용암의 표면은 빨리 식어 굳어지고 용암의 내부는 굳어진 용암표면의 보온막 역할로 인해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며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용암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더 이상 공급되지 않게 되면 내부에 남아있던 뜨거운 액체용암은 모두 빠져나가고 빈 공간이 남아 동굴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용암동굴은 대체로 규모가 작고 길이도 짧은 특징을 보이며 제주도민들은 이를 ‘궤’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반면, 만장굴이나 김녕굴과 같이 웅장한 대형 용암동굴의 경우는 용암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흐를 경우에 만들어진다. 용암동굴 내부로 1000℃가 넘는 뜨거운 용암이 계속해서 흐르게 되면 동굴의 바닥은 서서히 녹게 되는데, 용암이 하루동안 동굴 바닥을 녹이는 속도는 수 ㎝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용암의 공급이 오랫동안 계속될수록 용암의 바닥은 점점 깊어지고 동굴 폭도 계속 커지면서 웅장한 용암동굴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에 분포하는 수많은 용암동굴 중에서 규모가 작은 용암동굴은 짧은 기간 동안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것이고, 웅장한 대형 동굴은 오랜기간 용암이 계속해서 흐르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제주도에는 규모는 작지만 통로가 여러 군데로 발달한 복잡한 용암동굴도 존재한다. 이런 동굴을 미로형 용암동굴이라고 하는데 벵뒤굴이나 빌레못동굴이 대표적이다. 미로형 용암동굴은 용암이 넓은 평지를 흘러갈 때 내부에 여러 갈래의 소규모 동굴들이 만들어지고 이 동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미로와 같은 동굴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다양한 형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잘 보존되어 있어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용암동굴은 제주의 생명수를 품고 연결시키는 주요한 생명줄이자 중요한 관광자원으로서 제주도민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축산폐수가 흘러들어 동굴이 오염되었다는 보도는 제주도 자연자원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도민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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