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서 바뀐 양돈정책
최근 한림읍 일부 농가가 숨골에 축산분뇨를 무단으로 배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기관에서 발표되는 통계가 들쭉날쭉해 양돈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축산 악취 및 분뇨 무단배출을 막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양돈산업의 근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수회에 걸쳐 도내 축산분뇨 관리 실태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4일 제주도가 호남지방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제주도내 양돈농가 수는 모두 296농가, 사육두수는 모두 56만4915마리다. 반면 제주도가 자체 조사한 사육두수는 55만6845마리로 8070마리의 편차가 발생한다.
호남지방통계청은 지난 7월(27일) 2분기 가축동향조사를 발표하면서 도내 양돈농가수를 286농가, 사육 마리 수는 55만5393마리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보다 약 1만 마리(9522마리)나 줄었다.
통계청은 “조사기간(6월1일 기준) 해당 농장이 전수규모(1000마리)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폐사·생산·판매 시점 등에 따라 전체 사육두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방문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가축전염병 유입 우려 등으로 농가가 방문 조사를 원치 않을 경우 전화·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농장에서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통계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역시 “농장전수조사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돈(어미돼지) 수와 폐사율, 모돈 1마리당 출하량 등을 종합해 자체 기준에 따라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며 “농장별 전수조사는 인력·예산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체 사육두수가 일정치 않을 경우 가축분뇨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환경부의 가축분뇨 평균 배출기준 등에 따르면 돼지 한 마리당 하루 발생 배출 분뇨는 약 5.1kg(분 0.87kg, 뇨 1.74kg, 세정수 2.49kg)다. 이를 지난 6월 통계청 자료에 적용하면 도내 양돈 농가 하루 배출되는 가축 분뇨량은 불과 6개월 사이 약 4만8562kg의 편차가 발생하게 된다.
일각에선 정확한 사육두수 산정과 이에 따른 가축분뇨 발생량 확인을 위해 돼지에게도 바코드가 찍힌 이표(耳票)를 부착·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우의 경우 송아지가 태어나면 농가는 이표를 달아 축협 전산망에 등록·관리한다. 이렇게 등록된 이표는 일종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사용되며 소를 사고 팔 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소(약 3년)보다 생애주기가 짧은 돼지(약 6개월)의 경우 예산 등의 이유로 일부 농장에서 그룹단위로 시행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모든 정책은 기본적인 정확한 통계에서 비롯된다”면서 “믿을 만한 통계가 없다보니 축산분뇨 무단 배출, 악취 민원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 수습에 앞서 양돈 적정 사육두수 등 정확한 통계 산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