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때마다 바다에서 피어나는 꽃 같이
물 때마다 바다에서 피어나는 꽃 같이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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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사진전 ‘제주 평대리 바당꽃’
5일부터 제주해녀박물관에서 개최
▲ 문지숙 촬영 '제주 평대리 바당꽃'

흑백 사진 속에 꽃이 하나 피었다. 백일홍이던가. 데이지던가. 마주보며 둥글게 촘촘히 잎을 낸 그 꽃은, 그런데 바다에서 막 물질을 하고 올라오는 우리의 어머니다. 해산물을 가득 담은 테왁은 둥근 꽃잎과 닮았다. 앙상한 다리는 줄기로 비쳐진다. 

제주도 해녀박물관이 5일부터 문지숙 사진전 ‘제주 평대리 바당꽃’을 개최한다. 전시는 문지숙 작가가 지난 3년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촬영한 사진들로 채워진다.

사진 속 해녀들은 억지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물안경을 고쳐쓰고, 테왁에 의지해 망망대해에 홀로 서고, 무거운 짐을 이고 다시 집으로 향할 때, 고되고 흐뭇하고 두렵고 기쁜 이들 삶의 희로애락이 매 순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해녀가 물때마다 바다에 피어나는 꽃 같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진에는 해녀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있다. 굳이 어떤 꽃을 이야기 않더라도, 끊임없이 개화하고 소멸하는 꽃의 일생과 해녀들의 삶이 결국 다르지 않다. 

작가는 2015년 3월 우도와 평대리의 해녀들을 촬영하며 ‘삼춘들’에게 매료돼 지난 6월 제주로 이주했다.

문 작가는 “항시 들숨과 날숨 사이, 물속과 물밖의 경계에 놓인 그네들의 삶은 그래서 삶 끝의 치열함이 있다”며 “바다에서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늘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고 작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 작가는 서울의 갤러리 브레송, 이태리 밀라노의 산페델레 갤러리, 제주 다리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10월 15일까지 해녀박물관 3층 전망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의=71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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