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 개장 기간…행사 알리기·보완 노력 서둘러야




“글쎄요. 다 돌아봤는데도, 전체적으로 작품과 행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에요.”
2일 2017 제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전 세계 15개국 70명(팀)의 작가들이 ‘Tourism’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알뜨르비행장을 포함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원도심 일대에서 오는 12월3일까지 장장 93일간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지난 2일 주 행사장인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개막 첫날이면서 비엔날레 기간 첫 주말임에도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홀로그램 필름으로 만들어진 설치물이 보였다. 누가 무엇을 형상화했는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설명(캡션)이 없었다. 작품을 안내하는 봉사자들이 보이지 않아, 표를 검사하는 직원에게 물었더니 스마트 폰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다운받으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앱을 설치하고 오디오를 들으려는데 ‘전시관 안에서는 반드시 이어폰을 사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이어폰이 있을 리 없었다. 다시 스마트 폰을 닫고, 검표 직원에게 물어 작가의 이름(홍 범 ‘기억의 잡초들’)을 알았다.
시민갤러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관광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있었다. 관람에 앞서 영상물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캡션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모니터 집중도를 높이느라 주변 조도를 낮춘 탓에 글자를 읽기가 힘들었다. 글씨는 작고 캡션 바탕색이 짙은 것도 한 이유였다. 인근 관람객들도 캡션 가시성이 떨어지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2층을 돌아 ‘한라살롱’이 준비된 1층으로 들어섰다. 강요배 등 제주지역 작가 45명이 그린 한라산 풍경화 60여점을 폭 20m, 높이 8m의 벽 전면에 붙인,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가장 제주적인 자연물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지만, 전시의 가장 기본요소라 할 수 있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작품에 대한 감동을 실제 정보나 담론으로 이어갈 수 없었다. 또, 비 대형작품들까지 가장 윗 라인에 배치함으로써 작품 관람이 피로하다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캡션을 부착하러 다니는 직원들의 모습과 ‘전시 준비 중’이라고 써붙인 문구는 스스로 준비가 덜 된 전시임을 드러냈다. 남자아이가 설치물의 바닥 재료를 훼손하고 있었지만 이를 말리는 직원은 없는 등 작품 관리에서도 구멍을 드러냈다. 내부 공사가 개막 직전까지 계속 되면서 전시장에서는 눈이 따갑다는 한 중년 여성의 푸념도 들을 수 있었다.
관람 중 만난 30대 커플(경기도 수원시)은 “페이스 북에 제주비엔날레에 가면 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조형물들이 올라와 보러왔는데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없다”며 “리플렛을 보았는데 어딜 가면 어떤 행사가 있는 지 동선이 자세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커플(제주시 화북동)은 “제주비엔날레 도록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아직 인쇄가 끝나지 않았다는 미술관 측의 말을 들었다”며 “이제라도 부족한 점들이 서둘러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