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어디 갔나 궁금했는데/유형의 땅 시베리아 이루크츠크/좌절한 혁명가의 뜨락에 모여 있더구나//그때 그 마음일까/붉디붉게 모여 있더구나//내일이 오는 쪽을 내다보면서/저리도 뜨겁게 모여 있더구나’ (본문 ‘꽃양귀비’ 전문)
시에 등장하는 꽃양귀비의 ‘붉음’은 꽃 자체의 ‘붉음’을 넘어 제주의 아픔을 연상시킨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1948년 4월 3일의 상처가 시에 오롯이 새겨 있다. 끊임없이 4·3을 불러내는 그의 시는 눈물이기보다 씻김굿에 더 가깝다.
제주 시인 김수열이 시집 ‘물에서 온 편지’를 펴냈다.
시에는 4·3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싯구와 살아남은 제주인의 질긴 생명력을 응시한 흔적이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
제주어로 리듬을 넣어 생동감을 구현한 문장들은 제주 독자들에게 그의 고뇌와 심상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한다.
시집에는 모두 61편의 시가 실렸다.
문학평론가 김동현 박사는 “변방의 시선으로 건져 올린 찬란한 일상”이라고 김수열의 작품을 평했다.
김수열 시인은 1959년 생으로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등을 냈다.
오장환 문학상과 신석정문학상 등을 받았다. 도서출판 삶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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