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참겠다.” 마침내 한림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역의 해묵은 골칫거리인 양돈악취 및 축산폐수 무단방류와 관련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림읍민 600여명은 지난 29일 읍사무소에서 축산악취 근절 등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주 지하수 통로인 ‘숨골’에 무단으로 축산폐수를 방류한 양돈업자를 구속 수사하고, ‘솜방망이 환경법’을 개정하는 등 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양돈농가가 밀집된 금악과 상명리 등 일부 지역 차원의 결의대회는 있었지만 읍민 전체가 참여한 규탄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규탄대회엔 한림읍 21개 마을 주민을 비롯해 이웃인 애월읍 이장단 협의회도 참여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대회장에는 ‘업자는 돈 냄새, 읍민은 똥 냄새’ ‘1천억 도민혈세 똥물되어 돌아온다’ 등이 적힌 피켓이 즐비했다.
강창욱 한림읍 발전협의회장은 찬조발언을 통해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이제라도 비양심적인 양돈업자를 퇴출시키고 책임있는 자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솜방망이 수준의 가축분뇨법도 손질해 자신들은 샘물을 먹고 우리에게는 똥물을 먹게 하고 있는 악덕 업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문길 애월읍 이장단 협의회장은 “옹포천 물을 한림정수장에서 정화하면 한림읍민은 물론 애월읍민까지 사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한림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월읍, 그리고 제주도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날 규탄대회 참가자들은 사람은 법률을 떠나 기본적 도리가 있어야 한다. 양돈업자들은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증축 등의 투자만 하지, 양돈산업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림읍의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는 상습적이며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당국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론 근절은 커녕 화(禍)만 키울 뿐이다. 양돈업자 등 축산농가도 깊은 자성과 함께 지역민과 상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가 ‘윈-윈’하지 않으면 양돈 등 축산업의 미래 또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