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유도시 실패 논문 ‘눈길’
‘목표 상실 중국 특화형 전락’ 발표
아무런 실증적 증거 없는 주장
지역자본 영세 국제자본 유치 나서
‘갈등사업’ 의견수렴 통한 절충진화
제주 발전전략으로서 신축성 확보
얼마 전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실패한 것이란 논문이 발표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카이스트 이승욱 교수 등은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추구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초기에 목표로 삼았던 ‘21세기 동북아 중심도시’라는 발전 비전을 사실상 상실하고, ‘관광·휴양 중심의 중국 특화형 특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는 특별자치도, 영리병원 및 영리교육 시스템 등의 정책들이 지역내 사회경제적 모순을 심화시키면서 ‘개발자치도’란 비판 속에 지역사회의 갈등을 촉발하고 있으며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관계도 지속되면서 제주의 발전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신자유주의 사조가 전 세계적으로 퇴조하고 있으므로 그에 기초한 발전전략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실증적 증거의 제시도 없이 “제주지역의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가고 있고, 개발이익의 역외유출 문제와 지역주민 소외,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실패한 것”이라는 결론은 비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자유도시 계획이 입안되기 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제주의 변변한 호텔이나 관광시설은 거의 모두 외지 자본 소유였으며 공항·항만·도로는 전액 중앙정부 재정지원에 의해 건설되고 있었다. 당시 제주의 유일한 상장기업인 제주은행은 육지부 대기업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신한은행에 강제 인수되었다. 국제자유도시계획이 추진되기도 전에 이미 제주 최대의 토착자본인 은행이 당시 경영진의 잘못으로 망해버린 것이다.
개발이익의 역외유출도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면세점에서 벌어들인 돈을 중앙정부가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전액 제주에 재투자하여 왔다.
그리고 첨단과학단지에 입주하거나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입학할 때 육지기업과 제주기업간 또는 외국학생과 제주학생간의 차별이 있었는가? 부동산영주권 사업 대상지인 골프빌라 등을 매입할 때 중국인과 국내인이 차별을 받는가? 이 교수 등의 주장은 학술지 논문에서 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제주의 환경훼손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지 않았으면 현재보다 환경훼손이 덜 진행되었을 것인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청사진을 맡은 당시 외국 컨설팅사에서는 “제주는 이시돌목장과 같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잘 활용해서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초기에 제시했었다. 그러나 제주산업과 자본이 영세하여 충분한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소규모 난개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 규모의 자본과 경영기술을 유치하는 것으로 이후 방향이 수정되었다.
이에 따라 첨단과학단지·영어교육도시·신화역사공원 등의 선도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이다. 현재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축산단지나 해안양식장, 소규모 숙박시설과 식당 등은 국제자유도시계획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계획상 정비대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 중 쇼핑아웃렛·영리병원 등 도민과 갈등을 빚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방적으로 추진되기보다는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수정안들이 절충 진화되고 있다.
그만큼 국제자유도시 계획이 발전전략으로서 신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홍콩·싱가포르와 같이 관광뿐만 아니라 금융을 포함한 복합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중앙정부의 반대 때문이라기보다는 추진여건이 미숙하여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당초 계획한 제도 중 일부가 미진하고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이 생겼다고 국제자유도시 비전 전체를 실패로 결론짓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모슬포 하멜기념관과 알뜨르비행장 터만 보아도 제주의 국제적 교류기지로서 역할은 운명적임을 직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