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개발 새로운 패러다임 기치 1년
시행착오 기반으로 제2라운드 준비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주에 도시재생의 기치를 내건지 1년이 지났다. 재생이라는 용어도 생소하거니와 사업 방향 역시 이전에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론이 제시됐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행정, 그리고 도시재생센터까지 자신들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해법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총론은 쉽게 합의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게 그런 뜻이었어?”라며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말하기 일쑤였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도시재생센터가 한해동안 주력한 분야중 하나가 주민들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시작했고 도시재생대학을 열어 공통이론과정과 문제해결과정을 수료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주민협의체를 모집하기도 했다. 첫 모집에 13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모집에 응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이후 주민 중 몇몇은 각자의 의견을 모아 주민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여행자를 위한 보관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하고 거리를 되살리는 작업, 지역의 문화지도를 만드는 작업에 천연염색 공방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데 이르기까지 색다르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추진하는 ‘시작이 반’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민발언대라는 형식을 빌어 지역의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주민들 스스로 입장을 밝히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 지역의 관심사를 공론화시키는 ‘주민발언대_오븐’이라는 주민소통사업도 진행중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화자찬을 하고자 사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논의하면서 느껴지는 생각이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들마다 사업의 진행 시기와 예상하는 속도가 다르다. 젊은 시절에는 늦게 가는 시간이 어느 순간 총알처럼 빨리 지나버린 일들을 흔히 겪는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더욱 빨리 간다는 이야기는 아주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도시재생에서도 이 시간의 갭은 사람들을 만날수록 논의가 진전될수록 흔하게 나타난다. 행정은 행정대로 요구하는 과정과 시간이 있다. 주민들도 각자 생각하는 시간이 다르다. 주민들 중에서 나타나는 이견의 대부분은 사업의 찬반도 많지만 언제쯤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의견차이도 종종 나타난다. 자신과 같은 입장을 보이는 주민들조차 생각의 차이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실적인 사업의 경중이 다른 경우가 많다.
모든 사업이 장기적인 과제로만 추진될 수는 없다. 어느 사업은 하루빨리 서둘러야 하는 것이 있고 어느 것은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해야 하는 일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 시간이 행정과 주민 사이에 많은 간극을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에서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동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갈 때 도시재생사업을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이뤄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1년간 재생사업을 하면서 추진한 주민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단계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사업의 핵심인 프로그램이다. 도시재생대학이 됐든 주민협의체가 됐든 옳고 그름을 떠나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합의하는 과정이 핵심인 셈이다.
문재인정부에 들어서면서 뉴딜사업이라는 이름하에 도시재생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시점에 왔다. 규모와 예산 면에서도 전례없는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제 제주시 원도심만이 아니라 전 제주도 차원에서 사업이 확대되려 하고 있다. 1년간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단위별 시간의 흐름을 맞춰나가기를 기대한다. 제주의 도시재생 제2라운드가 시작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