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이 없는 노동자도 고용관계가 인정되면 근로기준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근로자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취소하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정모씨에게 고용돼 월급 200만원을 받고 부엌가구 설치 일을 하다 물류업체로 옮겼다.
이후 이씨는 2014년 9월부터 다시 정씨와 함께 부엌가구 설치 일을 하다가 2014년 12월 21일 부상을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등 정씨와 종속적인 근로관계가 아니라 동업 관계로 보인다며 산재 보상 등을 줄 수 없다(요양불승인)고 처분했다.
정씨는 자신은 월급 200만원에 성과급과 수당을 받는 근로자라며 공익법무관의 도움을 받아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 등 진술을 토대로 이씨와 정씨는 동업 관계로 보이기 때문에 근로공단에서 산재 보상 등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정씨로부터 많게는 200만원, 적게는 35만원 등 고정적이지 않게 돈을 받았지만,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매달 200만~270만원을 받아왔다. 이씨가 정씨에게 약속 받았다고 주장하는 근로에 따른 월급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씨는 부상을 입은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할 관청에 ‘동업자라 말하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근로관계가 성립되면 정씨가 산재보험료를 납입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정씨가 ‘이씨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진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