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불확실성 증가와 제주 제2공항
수요예측 불확실성 증가와 제주 제2공항
  • 백승주
  • 승인 2017.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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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황당 뉴스’로 양양공항 소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공항
지방공항 14개중 11곳 적자 보도

제주 제2공항 ‘전철’ 밟을 수도
기존공항 포화시기 예상 들쭉날쭉
중국 관광객 수요 회복 난망

 

2009년5월 영국의 BBC 방송은 ‘황당 뉴스’라는 제목으로 강원의 양양공항을 보도했다. 승객 없는 대합실을 비추면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공항 일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양양공항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방공항 14곳 중 11곳이 적자상태라고 덧붙였다.

양양공항은 3500억원 이상 투자하여 ‘동해 신공항’을 표방하면서 국제공항으로 개항했으나 당시 하루 이용객이 30명이 채 되지 않았다. 2008년 10월에는 국제선은 물론이고 정기취항 국내선조차 없는 공항이 되었다.

예천공항은 2002년 400억원을 들여 확장 개장했으나 항공수요가 없어 빈 공간으로 방치하다가 2004년에 결국 폐쇄됐다. 2005년 개항을 목표로 1300억 원을 투자했던 울진공항은 개항도 하지 못한 채 비행훈련센터로 전락했다. 사업비 500억원을 투자했으나 공사 중단 사태로 방치된 김제공항 사례도 다르지 않다. 무안 국제공항의 경우도 그렇다.

그동안 지방공항 개항은 지역에서의 공항건설 요구에 따라 정치권이 ‘적극 추진’이라는 화답으로 이뤄지는 것이 상례였다. 이런 점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또한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제주 신공항 개발 논의는 춤을 추듯 정치권의 달콤한 입맛에 따라 들쑥날쑥 해왔다. 항공수요 예측 또한 다음의 사례들에 비추어 춤을 추듯 왔다 갔다 했다. 고무줄 예측이었다.

첫째, 국토교통연구원은 2008년 7월 제주공항의 포화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했다. 둘째, 정부는 2011년 1월 제주공항의 포화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국토연구원은 제주공항의 포화시점을 2019년으로, 즉 종전보다 6년 정도 앞당기는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셋째, 국토교통부는 2014년 9월 제주공항 포화시점을 2018년으로 예측했고, 항공 이용객수를 2018년에 2830만명, 2025년에 약 4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넷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6년3월 2030년경에 제주방문 국내외 방문객이 3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즉, 2030년에 ‘관광객 3000만 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어떻든 이런 정부 또는 국책연구기관들의 고무줄 항공수요 예측은 객관적 관점에서 도민 모두를 헷갈리게 하기는 했지만, 제2공항 추진 주체들을 크게 고무시켜 주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제주도정은 “국책사업을 놓고 지방정부간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제주내부에서의 분열적인 의견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결단과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제2공항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용예측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 “현재 제주공항 확충사업으로 2020년까지는 항공수요에 부응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 포화상태로 인해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제주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제2공항의 조기개항을 서둘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제주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은 전혀 녹록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과 선린우호(善隣友好) 관계가 크게 뒤틀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지역 항공수요 예측의 근간이자 도민 대다수의 먹고사는 문제 등과 직결된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이후 중국 당국의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특수의 종언(終焉)을 구했기 때문이다. 외신(外信)은 아직까지도 이의 원상회복은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을 타전하고 있다.

공항개발 자체도 전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정치적 약속이행 차원에서 설령 제2공항의 건설 및 개항이 가능할지라도 국내·외의 여건과 환경을 꼼꼼하게 따져볼 경우 그 성공을 반드시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여차하면 앞서의 황당한 공항개발 사례의 전철을 밟을 개연성 또한 전혀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행정은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공동체 내부는 부실용역 논란 등으로 들끓고 있다. 자신이 처한 이해관계의 유·불리에 따라 제주공동체가 크게 분열되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점이 매우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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