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짓말이 정말이냐?”
“그 거짓말이 정말이냐?”
  • 김철웅
  • 승인 2017.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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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살충제 계란’ 파문
농식품부 전수 조사 700만개 폐기
식약처 “유해하나 먹어도 돼” 발표

그러면 왜 압류하고 폐기했나 의문
정부 부처간 조치·논리의 모순
전문가 검증도 100%는 장담 못해

 

국민들이 뿔났다. ‘살충제 계란’ 때문이다. ‘완전식품’이라던 계란의 완벽한 배신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국민들이 좋아하던 먹거리다. 계란은 프라이와 반숙으로 거의 매일 식탁에 올라왔다. 삶은 계란은 급한 허기를 달랠 때, 구운 달걀은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고 난 우리를 ‘위로’ 해줬다. 밤에는 계란말이로 변신, 저렴하고 푸짐한 안주로 서민들의 벗이 되기
도 했다.
그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그것도 유럽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다. 1주일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며 “아이고 유럽 사람들이…”하며 혀까지 찼었다.
그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코도 석자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 파동이 몰아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경기도 남양주시와 광주시 소재 농가 각 1곳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검출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즉각 모든 계란의 출하를 중지시키고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살충제 계란 451만개가 압류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가 폐기됐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만 경남 창녕군(15연암) 계란 8700여개와 경기도 이천(08광명농장) 계란 1만3000여개가 이미 유통되는 등 상당량이 전국에서 소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그 양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살충제 계란을 국민들이 먹은 것이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은 바퀴벌레나 벼룩 제거를 위한 맹독성화학물질로, 닭의 이를 잡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장기간 복용하면 신장과 간이 망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태 1주일만인 21일 ‘살충제 계란 무해’론을 들고 나왔다. 식약처는 이날 민간 전문가
(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권호장 단국대의대 교수)의 검증을 받았다며 “살충제 성분이 유해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 나온 검출량이면 계란을 극단적으로 많이 먹지 않는 한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식약처는 피프로닐의 경우 평생 매일 계란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비펜트린에 대해선 성인의 경우 하루 40개를 먹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이 말이 ‘정말’이면 좋겠다. 믿고 싶다. 그럴 수가 없다. 이렇게 ‘무해한 살충제’ 계란이라면 왜 농식품부가 호들갑을 떨며 압류하고 폐기했을까.
한비자(韓非子)의 고사가 떠오른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나라에서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는 방패와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버린다”는 창을 같이 팔던 무기상의 얘기다. 구경꾼 중 한 사람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는 거요?”라고 묻자 무기상은 자기 논리의 모순(矛盾)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달아나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 정부가 그 짝이 아닌가 한다. 한쪽에서 신속한 압류와 폐기를 ‘자랑스레’ 보고하는 데 다른 쪽은 뒤늦게 등장해 먹어도 괜찮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야말로 농식품부는 ‘창’이고, 식약처는 ‘방패’ 같다.
전문가의 검증도 100%는 장담할 수 없다. 이론과 실제는 그리 잘 맞아 떨어주질 않는다.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 데도 숱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이유다. 그래도 ‘부작용’이 보고되곤 한다.
여전히 불안하다. 이번 살충제 계란 성분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0.000001%, 즉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가정해도 7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 5174만명 기준으로 하면 52명이다. 가능성 100만분의 1은 아주 작게 보일지 몰라도 사람 52명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호언장담이다. 국민들 건강과 관련된 일은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독성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도 몇십개씩 먹어도 괜찮다는 것은 안일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지적
하고 있다.
특히 모든 게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성인이 소주 1병 정도에 취기가 오를 때 어떤 이는 10병을 먹어도 끄떡없는가 하면 소주 1잔에도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믿기가 힘들다. 그리고 ‘유해하지만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에 묻는다. “그 거짓말이 정말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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