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연대 “학계 등서도 목소리 내줬으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시 노형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지려 했지만, 행정과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며 결국 방일리 공원에 자리하게 된 제주 평화의 소녀상. 여전히 소녀상 옆에는 할머니들을 위한 빈자리가 외로이 남겨져 있고, 모진 시련을 겪은 맨 발의 두 발은 아직도 땅에 딛지 못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광복 72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방일리 공원 평화의 소녀상은 해결되지 못한 아픔 때문인지 주 제주 일본국 총영사관을 향하는 눈이 유난히도 슬퍼 보였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제주행동은 이날 오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제주 문화제를 통해 전쟁 뒤에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발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국제사회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용기 있는 행동과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제주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제주평화나비 정연일 대표는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고 증언을 하면서 처음으로 일본군의 만행이 드러나게 됐다”며 “이 일은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이슈화 하고 해결해 가는 발단이 된 ‘용기 있는 증언’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2015년 한일 합의가 부당하고, 아직도 지지부진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진정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전쟁 없는 평화를 실현하고, 한반도 중심의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명확히 대처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인권연대 고명희 대표도 “제주에서는 ‘위안부’를 증언하는 생존자는 없지만 뜻을 기리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제주는 여성단체나 평화나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학계 등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요구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평화나비와 김영태 민중가수 공연, 기림일 제정 관련 영상, 제주여민회 김영순 공동대표와 정연일 제주평화나비 대표 발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