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유지할 경우 예비후보자 등 헌법소원 가능성

제주도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부입법을 포기하면서 지역 정가는 물론, 도민사회의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를 통해 현행법이 규정한 29개 선거구를 재획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어느 읍면동을 통폐합 할지는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이와 관련한 더 이상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유종성 자치행정국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헌재가 정한 기준에 위배된 상태로 선거를 치루더라도 헌법소원만 없으면 선거 무효가 안 된다”며 “지난 2007년 헌재가 정한 평균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일 전 6개월(12월12일)까지 도지사에게 제출 절차를 이행해 줄 것을 선거구 획정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이 같은 설명은 기존 지역구대로 치르거나, 일부 선거구를 통·폐합하더라도 대상 지역민들의 ‘반발’이 없다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이와 반대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마땅한 대비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최근 급속한 인구유입으로 각 선거구별 인구 편차도 늘고 있다.
현재(2017년 6월말 기준) 도내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선거구는 제주시 삼양·봉개·아라동을 묶은 제9선거구다. 모두 5만4535명으로 인구수가 가장 적은 서귀포시 안덕면(제28선거구·10603명)과 비교하면 무려 5.14배의 격차가 발생한다. 헌재가 정한 인구상한선(3만5779명)을 초과하는 지역구는 2개(제6(3만6389명)·9선거구)지만, 하한선(8945명)에 저촉되는 지역구는 단 한곳도 없어 읍면동 통·폐합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어떤 조정안(보고서)을 제출하더라도 원희룡 지사에게는 적잖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 지역구 조정에 따라 현역 도의원들의 반발과 지역민들의 참정권 행사 제한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만약 원 지사가 내년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이들 지역에서 불어오는 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거구획정위의 보고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인 오는 12월12일까지 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도지사는 관련 조례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제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 예비후보 등록일이 도의원은 3월 15일(90일전), 도지사는 2월13일(120일전)인 만큼, 조례 공포 기간 등을 감안한다면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도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도의원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자기방어에 나선다면 관련 조례안은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원희룡 지사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도의회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현행 29개 선거구 체제로 진행해야 한다. 일부 인구상한선이 넘는 선거구(제6·9선거구)에 출마를 고려했던 예비후보자들과 지역민들의 헌법 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법원이 선거법 개정 시점을 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릴 경우 선거 무효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각에선 도의원 증원을 위한 의원입법 작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과 함께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해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