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학생 수 vs 걷는 인프라
뛰는 학생 수 vs 걷는 인프라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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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사회변화, 갈피 못 잡는 교육계] (중) 거대해진 학교들
▲ 지난 3월 아라초등학교 입학식의 모습. 제주도교육청 제공

아라, 이도, 삼양, 외도…인구 몰리는 지역마다 과대학교 생산
학급당 학생수 예측정책 없어 학교 안에서도 교육여건 제각각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주하는 ‘풋 보팅(foot voting)’ 현상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일어나는 가운데, 제주는 유입인구 증가와 도심지 확대로 초등학교의 학생 수 증감 현상이 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2012년 20학급이던 아라초교가 현재 50학급으로 늘어나는 등 이도, 삼양, 외도와 같은 대단위 택지개발 주변 학교들은 최근 몇 년 새 체급이 급격히 커졌다.

이도초등학교는 2012년 16학급에서 2017년 40학급으로 늘었지만 아직 통학 구역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등 대규모 정주인구 유입 요인이 남아있다. 오라초는 2012년 10학급에서 2017년 16학급으로 학생 수가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제주시내 67개교 가운데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학교는 한라초(1856명), 외도초(1509명), 아라초(1426명), 인화초(1299명), 남광초(1286명), 노형초(1135명), 신제주초(1089명), 동광초(1154명), 이도초(1137명), 백록초(1091명) 등 10곳에 이른다.

문제는 학생 수 증감 주기가 빨라지면서 교육당국이 학교를 신설하거나 증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 수가 예상보다 급격히 늘면서 이도초는 2012년 개교 이후 여러 차례 증축 공사를 시행했고, 전교생이 함께 하던 운동회를 학년별로 나누어 치르고 있다. 아라초는 급식실이 좁아 수년전부터 증축을 요청해온 상황이다.

학기 중 전학생 증가는 같은 학교 안에서도 학년별로 다른 교육환경을 만들고 있다.

분교 위기에 처했던 영평초는 2012년 7학급에서 2017년 11학급으로 학생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생이 많다. 4~5학년은 학급당 학생수가 15.5명 내외인 반면, 1~2학년은 29명에 이른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지만 고학년보다 교사의 수는 오히려 적은 셈이다.

인구 유입지역에 위치한 대흘초 역시 6학년의 학급당 학생수는 13.5명이지만 1학년은 28명으로 2배에 달한다. 읍면지역 분반 기준 29명에 임박한 수다.

학부모들은 탄력적인 분반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적 기준을 떠나, 학기 중 학생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은 학기 초 미리 여유 학생 수를 감안해 반을 편성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형평성의 문제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은 학교 신설이나 증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학생 수 변화속도가 빨라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속내를 비친다.

실제 몇 년 전 동광초와 인화초에 과대·과밀 현상이 발생하자 동인초 신설을 계획하고 설계까지 마쳤지만 동광초가 7년차에 접어들면서부터 학생 수 감소 현상이 나타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지자체의 환지방식 도시개발사업도 과대학교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라초의 경우 아라지구 개발계획 수립 당시 2700여 세대가 예상됐던 지역에 4250세대가 수용 예정되는 등 유입 세대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학교를 신설할 경우 환지방식에 따른 감보율 증가로 주민부담이 증가돼 개발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어려움을 제주시가 제시하면서 부득이 아라초 증설로 방향을 틀었다.

대흘초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모일 때마다 학급당 학생수 문제를 거론하고, 우리도 걱정이 크지만 교육청에서 인구 증감 요인을 예측해 교사 정원을 달리 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 수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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