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유통명령제 발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유도, 수입개방 시대에 대처한다'는 사업의 하나로 도내 농가의 뜻만 모을 경우 정부의 지지 아래 시행될 것으로 쉽게 여겨지는 '유통명령제'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고전 중이다.
제주도가 거쳐야하는 첫 관문인 농림부가 우선 장애물로 등장했다.
농림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과잉 생산이 없는 올해에 왜 유통명령제를 요청하느냐는 것.'
농안법 제10조2항을 근거로 농림부는 '정 하고 싶으면 도 조례로 정해 집안단속에 힘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공항이나 항만' 등 제주의 관문만을 지키는 선에서 '고품질 감귤 유통'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농가는 드물다.
생산량이 감소한 해당 연도에 이익을 남기기 위한 일부 중간상들의 유통행태가 재현될 경우 전국 도매시장은 1번과, 9번과 등이 포함된 저급품 감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결국 감귤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그 불똥은 엉뚱하게 고품질 감귤만을 출하한 양심적인 농가'에 튀게 된다.
제주도의 감귤유통명령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 역시 고운 편이 아니다.
도내 농가들이 입을 맞춰 '비싼 감귤만을 내놓는 행위'는 '담합에 의한 가격상승'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해석이다.
반면 지난 22일 개최돼 '감귤유통명령제 발동 요청'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감귤유통조절위원회'에는 도내 농가 등 관계자만이 아니라 (사)전국주부교실중앙회 및 (사)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소비자단체도 포함돼 있다.
또한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를 비롯해 (사)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유통업계의 관계자들은 물론 한국농촌연구원 및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등 유통 전문가들도 '감귤유통명령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수긍하는 제도에 대해 관계부처인 농림부는 '규정만을 들면서' 외면하는 상황이다.
▲제주도의 전략 부재.
지난해 감귤유통명령제를 농림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할 당시 제주도의 설득 논리는 농안법 10조 2항에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과잉 생산이 우려되는 실정으로 '현저한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유통명령제를 발동하자는 것이었지만 올해는 형편이 다르다.
감귤 생산 예상량이 '수급 불안정'에 미치지 않은 만큼이라고 분석되는 까닭이다.
법률상으로 농안법 10조 2항에 '품질향상을 위해'라는 단어를 끼어 넣어야 '매년 생산량에 관계없이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례법에 '유통명령제 발동 권한'을 제주도가 갖는다 해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과정은 그대로 남아 농림부의 자리를 제주도가 대신한다는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을 소홀히 한 제주도는 올해산 유통명령제에 대해 '농림부'의 표정이 밝지 않자 부랴부랴 지역 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26일 도지사 관련 부처 방문, 27일 제주도의회 공식 건의 등 '각개 전투'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품질 감귤 생산대책의 하나인 감귤 유통명령제는 반드시 수년간 지속해야 한다"고 전제 한 후 "관련 법규정의 일부 개정 필요성을 모른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농림부가 제주도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토로했다.
▲대과 유통시 가격폭락 '불 보듯'
지난해 조례를 통해 지정된 비상품 감귤의 규격은 횡경 51mm이하. 무게 57.47g이하의 소과이거나 횡경 71mm이상. 무게 135.14g이상 등이다.
농업기술원이 지난달 조사한 2005년산 크기별 예상생산량을 보면 올해산 중 9번과는 6만8000t. 10번과 1만6000t 등으로 전체 생산량의 16.2%를 점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번과 4만8000t. 10번과 2만t 등 전체생산량 대비 12.7%와 비교했을 때 3.5%P, 물량으로는 1만6000t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소탐대실(小貪大失)론'을 제기했다.
도에 따르면 올해 생산예상량 52만t 중 2~8번과 상품은 42만t으로 지난해 42만9000t과 비슷한 물량으로 '대과를 무작정 시장에 유통시킬 경우' 물량증가와 상품성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신과 가격하락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도는 올해산 상품과 함께 대과를 합쳐 46만t이 유통되면 지난해산 가격을 기준으로 kg당 100원이 내리면 감귤 전체 소득은 60억원이 줄고 300원이 감소하면 980억원이 날아가 버린다고 분석했다.
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는 감귤 생산량이 10만t이라도 품질이 낮으면 다른 과일이나 수입과일에 밀려 설자리를 잃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