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선·마을·양식어업 모두 ‘친환경’
‘가치 공인’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가능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이 위기다. 어족자원 고갈에 따른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6년 173만t으로 최고 정점을 찍은 후 2016년엔 92만3000t으로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인은 그물어업에 의한 어린고기 남획·중국어선의 불법어업·폐어구 방치·기후변화 등의 계속되는 ‘바닷 속 악순환’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우리가 먹는 상업 어종이 2048년에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할 것이란 연구 보고도 있다.
보존과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이에 정부는 총 허용어획량 설정·어선 감척·불법어선 단속 등의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2001년도엔 ‘자율관리어업’을 도입해 휴어제 시행·어구수 및 조업일수 제한 등 어업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나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형태로 변질되면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소비자들도 나섰다. 이들의 조직화와 사회적 감시의 확산은 어업 생산자 관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단체들이 대형화되면서 불법 어획 및 남획 등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저해하는 방식의 포획 수산물에 대해 불매운동 및 선택적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세계 수산자원 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즉 자유어업·정부 규제·협동적 관리를 거쳐 제4세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로의 진화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다양한 인증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MSC) 인증어업이다. MSC는 △자원보호규정 준수 △환경영향 최소화 △기업관리 효율성 등의 3대원칙과 세부기준을 지킨 수산회사와 제품에 ‘에코라벨’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35개국 296개 어업체가 인증을 받고, 세계 어획량의 12%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월마트·맥도날드를 비롯한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친환경어업·자원관리 인증 취득 어업에 한정해 수산물을 공급받기로 공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그물과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낚시로 잡은 참치’를 원료로 한 ‘착한 참치캔’이 출시되며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시발점을 만들었다. MSC 인증 확대는 지속적 어업활동·환경 영향 최소화 및 판매자·소비자의 신뢰 향상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전통수산업에 있어 제주도는 과거부터 조업 규모와 방식에서 ‘친환경’을 고집해 왔다. 어선어업에 있어선 다른 시도와 달리 어획강도가 높은 그물어업이 아닌 낚시어업이 주류다. 대상 어종은 갈치·옥돔 등이다. 그물에 비해 어린어족자원의 혼획이 적어 남획을 방지하는 생태적 어업수단이며, 품질이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도 있다. 제주 은갈치가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을어업에서도 어획강도를 줄이기 위해 장비를 사용 않는 전통적 해녀어업이 주를 이룬다. 주 소득원인 소라는 자원보호를 위해 전국 최초로 총허용어획량 제도가 도입됐고, 해조류는 공동채취·공동분배·,어장 휴식년제 등 자원 회복 노력과 함께 1990년대 초에 이미 30여척의 잠수기어선을 감척, 연안어장 자원보호의 수범 사례를 만든바 있다.
양식어업에 있어서는 정부의 친환경배합사료 사용 시범사업에 도내 양식어가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생사료에 사용되는 어린고기를 잡지 말자는 자원회복 노력의 일환이다. 이처럼 제주도의 전통수산업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이미 생태적·친환경 어업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이행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수산업의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전략은 단순한 고품질인증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한 어업모델의 주체로서 제주를 부각시켜 ‘격’이 다른 제주수산업과 수산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 찾기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