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원도심 정체성 회복 구심점 된다”
“학교, 원도심 정체성 회복 구심점 된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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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 도서관 등 개축 ‘북 카페’ 주민들과 공유
목관아 야간 관광객 위해 울타리 밀고 돌담길 조성
마을 주변 예술인 모아 전교생 미술 수업 변신 예고

지난 2일, 제주북초의 꿈다락방에서 미켈란젤로를 주제로 한 시네마 미술관이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가 영화를 통해 화가의 삶을 배우는 시간. 강의는 영화 스토리텔링 전문가이자 학교 근거리에 사는 ‘동네 어른’ 이재향 씨가 맡았다.

이날 야심차게 문을 연 시네마 미술관은 2학기부터 지역 예술인을 활용해 미술수업의 대변신을 시작하는 제주북초가 사전 연수 격으로 마련한 자리다. 오는 23일까지 10회 마련된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새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미리 문화 강좌를 들으며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올해 개교 110년을 맞은 제주 원도심의 중심 제주북초등학교(교장 박희순)가 주민·마을과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섰다. 학교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우선, 학교의 낡은 도서관과 30년이 넘은 창고가 조만간 개축공사에 들어간다. 늦어도 11월께 마을 독서공간으로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낮에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오후 5시부터는 일반 주민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대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낮 시간 학교 건물 안에는 출입증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안이 강화된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전문 사서를 상주시켜 도서 공간으로서 제대로 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울타리도 돌담길로 변신한다. 북초는 울타리와 정문을 인근 목관아지와 유사한 형태로 조성해, 일대를 찾는 야간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덕수궁 돌담길과 같은 고즈넉한 옛 풍경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주변이 정비되면 아이들의 등하굣길도 쾌적하고 안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읍의 중심이었던 제주북초 일대에는 대를 이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많다. 북초는 그 가운데 특히 예술인과 교육가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 학교 교사와 이들이 한 학기 정규 교육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예술가와 교사들은 지난 4월부터 수차례 교육과정 구성 회의를 꾸렸고, 지난 2일 시작한 꿈다락방의 시네마 미술관도 2학기 수업에 앞선 사전 연수 차원으로 기획됐다.

이와 함께 북초등학교는 무근성 마을회관 경로당을 아이들 돌봄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주민참여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교육공동체 협동조합을 설립할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올 하반기 북초에 이뤄질 이 모든 계획에는 제주도교육청과 도시재생지원센터라는 든든한 지원군 아래 북초 학교운영위원회와 무근성 마을회, 지역아동센터 등 마을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박희순 교장은 “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지역의 구심으로 주민, 마을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며 “살기 좋은 마을에 아이들이 늘고 아이들이 많아야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이어 “이번 사업은 학교가 주민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원도심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큰 작업이 될 수 있다”며 “우리 학교를 시작으로 제주 곳곳에서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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