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초 민간주도로 지난달 출범
창의적 콘텐츠 융복합 더불어 성장
마침내 제주스타트업협회(JSA·Jeju Startup Association)가 7월11일 돛을 올렸다. 지난 3월부터 도내 250여개 회사의 스타트업CEO들이 모여서 4번의 준비모임을 가진 끝에, 최종 130여 회사의 참여 속에 협회를 창립하게 된 것이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민간주도로 이뤄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ICT분과·문화/예술분과·레저/체험분과·디지털노마드분과 등 8개 분과로 출발점을 잡은 회원들의 과거 경력은 상상 이상이다. 기술기반의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관광학 박사·외국계 뱅커·대기업 임원·마케팅 전문가·연극배우·영화감독·시나리오작가·열기구 조종사·스쿠버다이빙 강사·댄서·화가·르꼬르동 블루 출신의 유명 셰프 등 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다 모인 듯 하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결합, 이종업종과 동종업종의 결합, ICT기술과 관광/문화와의 융복합이 일어나는 거대한 용광로가 서울도 아닌 제주에 탄생한 것이다. 이들이 함께하는 ‘단체톡’이 있는데 매일매일 1000개 이상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상호 연대와 제휴를 꾀하고 있다.
어찌하여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등 모든 면에서 소외된 제주도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걸까? 첫째, 제주도는 더 이상 제주인만의 섬이 아닌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제주에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수가 8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인 30~40대 젊은이들이 ‘방치’돼 있다가 JSA를 기폭제로, 그간의 외로움을 새로운 친구들과의 동질감과 반가움으로 폭발시킨 것이다.
둘째 그동안 아무도 그들을 돕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꿈을 꾸고 힘을 합칠 조력자가 없었던 것이다. 이역만리 타향인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이주했지만 지역 텃세와, 행정은 공공 특유의 무관심으로, 나름 선진문화를 배우고 온 이들이 제주를 바꾸기에는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JSA가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중기청의 창업보육센터·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창업공간을 제공하거나 컨설팅과 투자지원을 하는 공공기관이 수백 개나 늘어났다. 디캠프·스타트업 얼라이언스·마루180·구글캠퍼스 등 이름만 대도 당장 지원받고 싶은 민간기관과 금융 및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지원·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어떠한가?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외에 제주의 많은 스타트업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앞서 언급한 디캠프 등 스타트업 공유오피스·투자지원·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중 어느 것 하나 제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 한해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전국 300개의 스타트업 중 제주도에는 단 1군데도 없다.
도내 100여개의 스타트업 가운데 벤처캐피탈에서 1억원 이상 투자 받은 기업조차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렇게 소외 받고 있는 제주의 스타트업들에게 자금·공간·제휴 등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한 제주스타트업협회(JSA)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러운 건 창립총회 때 원희룡 도지사가 참석, ‘제주스타트업협회’의 비전을 적극 돕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제주의 4차산업혁명을 위해서, 전 세계 창조계급의 제주이주를 위해서 ‘제주스타트업협회’의 발전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 당일 참석한 제주개발공사·제주테크노파크·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는 제주 원도심의 활성화와 콘텐츠 개발을 위해 JSA와의 즉각적인 사업 협력 의사를 밝혔다.
회장을 맡은 필자는 향후 2년 임기동안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회원사들을 발굴하여 늘린다는 각오다. 그리고 이들의 글로벌 마인드와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융복합, 제주가 진정한 스마트 아일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