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속 작은 갤러리 큰 감동
은행 속 작은 갤러리 큰 감동
  • 서인희
  • 승인 2017.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서 우연히 들른 ‘BNK갤러리’
규모 비해 많은 관람객들
부산은행 어린이체험단도 운영

대구·광주은행도 ‘전시회’
제주에선 최근 농협이 작은 시작
동참 이어지며 큰 성과 희망

 

오늘도 역시나 “오전10시 폭염주의보. 낮 동안 야외활동 자제 및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바랍니다”라는 행정안전부의 문자가 날아왔다. 이곳 유수암을 포함한 제주 서쪽은 마른장마로 모두가 힘들다.

그래서 해 떨어지면 2~3시간을 꼬박 야외 꽃밭과 마당 잔디에 물주는 일에 뺏기고 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7월 상수도요금이 평소의 4배가 나올 정도라 물주기가 버겁기까지 하다.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여름을 보내기 또한 처음이 아닌가 싶다.

지난주 전시회 관계로 부산엘 다녀왔다. 부산도 역시나 찜통더위로 시내가 한산했다. 급하게 은행 일을 봐야 할 일이 생겨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은행을 찾아 들어갔다.

“역시 여름피서는 은행이 최고야!” 급하게 은행 일을 보고 나오는데 맞은편에 ‘BNK갤러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어서 살며시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시장 규모에 비해 제법 많은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광경이 사뭇 의아했다. 아마 그들 중 몇몇은 더위를 피해 잠시 땀이라도 식힐 겸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전시장은 보기에 좋았다.

아담한 갤러리 벽면에는 색감이 좋은 다양한 기법의 민화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관람 후 나오는 길에 데스크에 비치된 리플릿 하나를 집어 들여다봤다. 기획전시며 참 다양한 행사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부산은행 갤러리는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체험단을 모집하여 큐레이터와 동행, 전시회 관람 등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참석하러 갔던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자리에서 그 지역 작가들에게 ‘BNK갤러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볼 수 있었다. 부산은행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의지와,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높이고자 2011년 4월에 개관했다고 한다. 문현동 본점과 신창동지점 2곳에서 갤러리를 시작해 지금은 3개 지점으로 늘었다고 한다.

‘BNK갤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었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이자 시민들에겐 자유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 전업 작가들에겐 전시의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창작의지를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시무료 대관과 함께 미술공모전 등 다양한 기획전을 발굴해냄으로써 문화·예술 발전에도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특히 부산은행은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부산국제연극제·부산국제무용제·부산국제아트페어·요신문학상 등을 비롯해 많은 스포츠행사·축제를 지원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예술의 가치’를 아는 최고의 메세나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부산 시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작가의 표정만큼 내 마음 한구석에는 부러움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직 제주에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금융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평창동 하나은행 갤러리 ‘하나사랑’에서 지인의 개인전 오프닝에 갔을 때도 작은 은행 안에 예쁜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DGB대구은행은 갤러리와 북카페, 지역민의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위한 전문극장 수준의 대강당을 갖춰 무료로 수준 높은 문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공모전을 통해 장기침체로 인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술시장에 장기적인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전시회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은행들은 문화행사를 진행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도 끌어 모으고 있다. 무료로 전시회를 개최해 지역 고객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문화를 덧입은 은행은 이미지 상승효과와 함께 고객과 좋은 감성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제주농협 본점에서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갖춰진 갤러리는 아니지만 그렇게나마 시작한다는 점에서 감사를 드린다. 작은 시작이지만 횟수를 거듭하다보면 우리 제주의 금융기관들의 동참이 이뤄지면서 큰 성과가 있으리라 믿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