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와 신(新)탐라 풍속도
탐라와 신(新)탐라 풍속도
  • 고재원
  • 승인 201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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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인구·문화 유입 ‘변혁기’
‘우리 것’으로 녹여냈던 지혜 필요

제주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그것도 최근 몇 년 사이다. 폭발적인 관광객의 중가, 이주민의 제주정착, 결혼 등 외국인의 정주 등으로 제주인구는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주인구는 2011년 58만3000명에서 2016년 66만1000명으로 5년새 무려 13.4% 증가하면서 사상 최초로 ‘66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다양한 문화도 제주에 들어와 새로운 삶의 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제주는 지금 교통·쓰레기·자연환경 훼손 등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인구 증가와 개발에 따른 ‘필연적 비용’이라하더라도 효율적 대처가 부족한 실정이다.

여하간 제주도 자연·문화 경관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혹자는 도민 혹은 정착민으로서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기가 어렵고 정신적 피로가 쌓인다고 토로한다. 결국 제주는 더불어 행복하고 잘사는 사회구현의 철학적 빈곤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물질만능사회로 진입하는 느낌이다.

탐라(耽羅)는 고대문헌에 제주(濟州) 명칭이 사용되기 전의 이름이다. 탐라 이전에는 주호(州胡)라고 알려져 있다. 고고학학적으로 보면 용담동 철기부장묘가 나타난 3세기경을 탐라의 정치체(耽羅政治體) 출현으로 보고 있다. 탐라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일본서기’ ‘구당서’ 등 고대 한국·일본·중국의 많은 문헌에 등장한다.

정치적으로 보면 처음에는 백제와의 관계를 후반에는 통일신라와 관계가 많았고, 중국·일본과도 왕래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도 선진 문물이 끊임없이 제주로 들어 왔을 것이며, 따라서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당시 제주에서 없던 것들은 철제품·장신구·토기제작기술 등이다.

탐라의 위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황룡사9층석탑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신라는 번영과 안전을 기원하며 탑을 세우며 각층마다 신라가 경계할 나라의 명칭을 부여하는데, 4층이 탐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주변국 사신으로서 탐라 왕자의 왕래와 주변국과의 무역도 있었다. 이러한 예를 봐도 사람들도 제주에 상당히 유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탐라’가 고려시대에 이르러 ‘제주’로 이름이 바뀐다. 하지만 탐라는 각종 문헌에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삼별초항쟁 이후 제주는 원(元)의 지배기가 100여년간 이어진다. 일본정벌의 전초기지로 말의 수요를 충당할 목적으로 지정학으로 중요한 탐라를 선택하고 탐라총관부를 두었다. 이 시기엔 고려유민과 원나라의 관리 및 주민들도 이주하여 왔을 것이다. 그들의 문물과 생활관습도 제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제주민들은 ‘문화의 변혁기’에 있었을 것이다. 생활문화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서 제주민들의 취사선택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기층문화에 녹여내며 우리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어느 전쟁고고학자는 “전쟁의 기억은 사람에서 사물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박물관에서 보는 유물은 이미 사라진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산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고학적인 유물이나 과거 문헌으로는 당시의 생활모습을 100% 구현하기 힘들며, 남아있는 것을 가지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재현 혹은 추론할 수밖에 없다.

지금우리가 버려놓은 쓰레기와 경관, 생활관습은 그대로 후손에게 남겨줄 것이다. 후세에 우리 자손들은 ‘과거 우리 삶’을 재현하려 들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탐라사람들의 역할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여러 가지 평가지표들로만 모든 문제들에 대처하고 있다. 많은 토론 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지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즉흥적 대처가 대부분이다.

21세기 신(新)탐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거 탐라인의 지혜로운 적응방식을 잊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답고 정겨운, 어려운 삶을 지탱해온 공동체의식, 삶의 방식을 하시한번 끄집어 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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