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형 부모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형 부모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 김황국
  • 승인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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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의 처음이자 마지막 교사
‘백신’처럼 부모이전 부모교육 중요

OECD 33개 국가 중에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 발표가 있었다. 입시를 위한 치열한 경쟁, 놀이문화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지목되지만 성적이나 경제수준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주관적인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가정의 해체’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의 하나였다고 본다.

지난해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6.3%가 친부모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친족에 의해 아동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를 도배하는 반인륜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 해결책으로 제일 먼저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곤 한다.

생애 첫 교사이자 마지막 교사인 부모로서,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은 누구나 건강한 부모로부터 시작한다. 자녀의 성장 시기에 따라 심리적 안정과 보편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행복은 부모의 역할에 좌우되며 그 올바른 역할을 위한 부모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미 2004년에 ‘현대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방안을 강구 차원에서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됐다. 법의 목적은 가족원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건강가정을 구현하고, 나아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다. 건강가정교육의 일환으로 결혼준비교육, 부모교육, 가족윤리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5월을 ‘부모교육주간’으로 신설, 일부 과시적인 행사들은 진행됐지만, 부모교육의 참뜻을 실행하는 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할 것이다.

현재 영유아기 관련 지식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상당수의 부모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자녀의 생애주기별 균형성을 확보하고 자녀 특성·부모 특성·가족 상황 등에 따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되고 수요자 부모들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시간대와 교육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모교육은 부모역량 강화를 위해 받는 예방적 차원의 교육인 만큼, 부모가 된 이후보다는 부모가 되기 전에 받는 것이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치 예방백신 접종의 원리처럼, 부모교육이라는 백신을 미리 맞아두면 나중에 건강한 부모가 되어 건강한 부모역할을 하게 되고 이로써 건강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능 이후의 청소년과 자유학기제 중학생에게 부모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등, 초중고 및 대학에서 부모교육이 교육 내용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결혼 적령기 남녀를 대상으로 가정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중등이하 학교에서 학년마다 4시간의 가정교육 활동을 실시하도록 한 대만의 가정교육법이 좋은 예가 된다.

자녀의 성장과정별 예방접종을 하듯 유치원 입학 전이나 초등학교 입학 전과 같이 자녀교육상 중요한 시기에 모든 학부모들이 소정의 부모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가령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원할 경우 부모교육을 이수한 부모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출산지원 및 보육료를 지원받을 때 수혜조건으로 부모교육 수강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성교육을 의무화한 것처럼, 학교와 직장, 군대에서 부모교육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부모교육 참석률이 높은 부모에게 기저귀나 이유식 등 아동용품을 교환하는 혜택을 주고, 미성년부모에게는 장학금과 식권·교통카드 등으로 부모교육을 유인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생애 첫 교사이자 마지막 교사인 부모에게 맞춤형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선진 부모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건강가정을 위한 부모교육 지원 조례’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부모교육 활성화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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