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관광객 등이 고압선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25일 오전 10시13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금악오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업체 직원 이모(46)씨와 관광객 박모(37·여)씨가 전깃줄에 걸려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이씨는 의식이 없는 채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박씨 또한 감전으로 인한 3도 화상과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 전깃줄에는 2만2900V의 고압 전류가 흘러 감전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도소방안전본부는 한국전력 측에 인근 전력 공급 중단을 요청한 후 두 사람을 구조했으나 모두 감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로 인해 인근 90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겨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금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등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활공장 인근에 전봇대와 전깃줄이 얽혀 있어 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실제로 2015년 3월에도 이 지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송모(48)씨가 전신주에 걸리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사고가 빈발하자 그동안 인근 전선주에 대한 지중화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으나 예산문제 등의 이유로 완전한 지중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 세심한 주의와 경각심이 요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목숨까지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