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속담, 쌀 ‘미(米)’자가 팔(八)과 팔(八)을 합한 글자로 이루어진 것은 쌀 한 톨에 농부의 손이 여든여덟번 가야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모두 옛말이 되고 있다.
이제는 손가락 끝으로 작물을 키워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농업이 시작되고 있다. 스마트농업이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한 농업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여 환경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구동하여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원격 관리하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방제용 드론이 농업현장을 누비고 있고, 온실에는 원격자동제어시스템이 활용되고, 식물공장에서는 균일화된 농산물이 출하되기 시작하고 있다.
4차 산업은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분리 되었던 영역들이 합쳐지고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농업분야가 4차 산업 혁명에 가장 적합하며 큰 파급효과를 보일 것이다. 잦은 이상기후, 식량공급 불균형, 농촌의 도시화 등 예측할 수 없는 농업환경 속에 4차 산업 혁명기술의 연계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전망으로 투자가 열악하고 인식이 낮은 탓이다.
과거 하늘만 쳐다보며 발자국 소리로 키워내던 작물은, 시설재배로 기후조건을 뛰어 넘었고 수경재배로 토양의 생산성에 기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ICT 농업으로 토지 및 기후 제약조건은 물론 생산정보와 수요 예측을 통해 시장상황에 맞추어 생육속도까지 조절해 나가고 있다.
세계는 벌써 농업과 4차 산업 혁명기술 융합으로 혁신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도 준비가 필요하다. 정책적인 인프라와 조직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농업인들도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치열한 미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아가 제주농업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