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되고 허무한 경계의 공간’ 이하늘 첫 개인전


매일 자고 휴식을 취하는 집. 집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일까. 한국화가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집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흔 중반의 작가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슬레이트집을 통해 정겹고 소박한 느낌을 전하고, 이십대 중반의 어린 작가는 똑같이 생긴 곳에서 비슷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허무하고 단절된 공간으로서의 집을 묘사했다.
한국화가 고은(46)씨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제8회 개인전을 연다.
그는 1970~1980년대 슬레이트집의 풍경을 그린다. 옛 초가들은 이미 사라지고 작가의 기억에는 어린 시절 정겹게 보아온 슬레이트집이 남았다. 작가에게 이 공간은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던 유년시절의 표상이다. 낮은 돌담 옆으로 색색의 꽃이 피고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던 곳. 그 담 위로 이웃의 목소리가 오가고,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던 여유롭고 따뜻했던 삶의 풍경, 그 소소한 일상이 묻어있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관람객들에게 무한한 위안과 행복, 웃음을 안겨준다. 25점을 만날 수 있다.
고은 작가가 정겨운 슬레이트 단층집에서 유년을 보냈다면, 신진 한국화가 이하늘(25)씨는 아파트가 촌락을 이루는 단조로운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획일화되고 무표정한 집들과, 그 안에서 일상을 매일 기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꿈과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하루하루 같은 모습으로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집을 현실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을 대변하는 물체로 표현했다.
지난 16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 거인의 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번 첫 개인전의 주제는 작가의 이름과 같은 ‘하늘’. 하지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맑고 푸른 그 하늘과는 다르다.
이 씨는 작가노트에서 “현실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지만 경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집을 통해 작품 안에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담아내려 했다”고 전했다.
이하늘은 제주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문의=760-3573(이중섭창작스튜디오), 702-3237(갤러리 거인의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