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겁게 제대로 만들면 모두 ‘명품’
방문객 ‘대응 덕목’ 자리매김 기대
“어서 지게!” 옛 어른들이 등에 짐을 지고 가다가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음 목적지를 향할 때 통상적으로 쓰던 말이다. 이 때 짐을 나르는 도구가 바로 지게다. 지게는 주로 거름·수확물·나무·항아리 등을 운반할 때 아주 유용하다.
제주 사람들은 물허벅을 지는 것만큼이나 지게를 잘 다루어야 했다. 지금은 농촌에서도 거의 사라지기는 했지만, 한때 농사일이나 땔감과 목초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지혜로운 생필품이었다.
제주사람들은 평소에 오름이나 곶자왈에 가더라도, 나무의 수령이나 모양을 눈여겨보는 습성이 뛰어났다. 어떤 나무가 쓰임새에 좋은지, 가공하기 쉬운지, 질기고 강한지 등을 잘 알아야 했던 ‘필요’에 의해 발단된 ‘능력’일 것이다.
주로 가시낭(종가시나무)·굴무기낭(느티나무)·사오기(벚나무)·윤노리낭(윤노리나무)·소낭(곰솔)·종낭(때죽나무)·제밤낭(구실잣밤나무)·녹낭(녹나무) 등이 좋은 목재였다. 건축자재·농기구·생활도구·놀이도구 등 용도에 따라 이용되는 나무가 달랐던 것이다.
동네 마다 목공 장인이 있었으며, 특별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지게는 보통 ‘소낭’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누구나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같은 소낭으로 지게를 만들더라도, 사람마다 솜씨가 달랐기에 아무나 같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지게도 지게 나름이었다. 마을 목공 장인이 ‘제라지게’ 만든 것으론 짐을 질 때도 ‘지꺼지게’ 했던 기억들이 있다. 실제 제대로 만들어진 지게는 등에 착 달라붙어 무게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다. 제주어로 제라지게는 ‘모자람이 없이 정확하게 제대로’라는 뜻이며, 지꺼지게는 ‘아주 즐겁고 기쁘게’ 라는 뜻이다.
지게를 대신할 바퀴들이 만들어지면서, 용도가 폐기되는 지게들이 하나 둘씩 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는 신세가 돼버렸다. 지게를 만드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없어지고 있다. 그나마 조금 있는 수요도 이제는 소낭이 아니라 알루미늄으로 만든 ‘철제’ 지게가 대신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서, 제주에 여행 온 사람들로부터 맛깔 나는 음식을 소개시켜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예전에 비해 워낙 요리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료가 풍부한 탓에, 유명한 곳은 언제나 손님들이 가득하다.
서해안에 가면 꽃게, 남해안에 가면 멍게, 동해안에 가면 대게가 유명하듯, 제주에도 성게와 같은 해산물 음식점이 인기가 높은 편이다. 특별히 추천한다면, 손님들에게 ‘지꺼지게’ 그리고 ‘제라지게’ 잘 하는 곳이다.
지루하지 않고 웃음 만발하게, 꺼지지 않고 밝게,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하게, 그래서 손님들이 ‘즐겁게’ 찾는 곳이라면 뭘 만들어도 맛날 것이 분명할 것이다. 또한 제일 좋은 재료를 푸짐하게, 조미료보다는 자연산을 듬직하게, 지난 것 보다는 신선한 것으로 다양하게, 게맛살처럼 맛난 음식을 ‘제대로’ 내주는 곳이라면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찾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중에 음식점의 비중이 제일 높은 편이다. 특히 제주도는 이주자와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음식점의 창업률도 매우 높다. 하지만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아, 창업위험 부담이 높은 것도 바로 음식점이다.
‘제라지게’ 소문날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지꺼지게’ 할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남들이 한다고 무턱대고 문을 열게 되면, 감수해야 할 짐이 너무 클 수도 있다.
제주에 와서 지꺼지게 그리고 제라지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 음식점뿐 일까. 비양도·올레길·비자림·쇠소깍·오일장·한라산 등 어딜 가도 좋다.
방문객이 지꺼지게 즐길 수 있도록 제라지게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제주 여행이 많을수록, 지꺼지게와 제라지게는 제주의 어르신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도 함께 지게 될 덕목으로 자리 잡아 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