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간 물질적 성장에 기고만장
여기저기 부실 속빈 강정 같은 나라
사회는 곪아 종창 터지기 시작
맘모니즘에 매몰 정직·책임감 상실
세월호로 어린영혼들까지 잃어
새롭게 나아갈 방향 재정립할 때
어느 주말 오후 필자의 초록생명마을 ‘생명 나눔 텃밭’ 가꾸기를 마친 후 같이 나눈 공동밥상은 화려한 생명의 하모니였다. 메뉴 제목은 야생초 산채 비빔밥. 재료는 모두 ‘푸드 마일리지 제로’ 초록생명마을 산(産)이다.
식사준비 직전 바로 따온 가중나무와 섬오갈피 첫 순과 싱아 잎·꿩마늘은 생채로 들어갔다. 머위·달맞이꽃·음나무·민들레·원추리 등의 봄 잎들은 살짝 데친 뒤 숭숭 썰어 넣었다. 소스는 홈 메이드 고추장에 참기름 한 방울과 새콤달콤 묵은 고추 피클 국물 한 스푼. 야생초 산채 비빔밥 그 맛은 100점 만점에 …. ‘신선하고 청정함’에 110점이라는 호평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몸과 정신까지도 결정 한다는 주장이 있다. 수년 전 육식의 나라 몽골과 채식 중심의 스리랑카를 다녀 온 후 이를 실감나게 느낀 적이 있다.
육식 사회는 살아 움직이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극도의 긴장과 때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들 때문에 공격적인 유전인자로 몸에 쌓였다 현실에서 거친 성품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고 채식위주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스리랑카의 경우 그 반대의 현상을 사회전반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고무적인 일은 젊은 귀농 지망생들의 증가와 더불어 땅과 건강한 먹을거리, 텃밭 운동에 관심 있어 하는 도시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 한국 농업과 농촌에 생기를 불어 넣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차와 핸드폰 없이는 살아도 먹을거리가 없으면 못산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러다 논이 없어지면 핸드폰과 차 팔아 쌀을 사면된다는 논리다.
식량 무기화의 문제를 떠나 논과 밭, 그리고 농촌의 존재는 단순한 식량의 문제만은 아니다. 땅과 흙, 그 속의 작은 생명체들의 존재가 환경과 먹을거리의 문제를 지나 우리 인격 형성과 생명 보존의 문제와 건강한 공동체와 소위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기실 속빈 강정 같이 여기저기가 부실한 나라에 살면서 그동안 우리는 기고만장했었다. 월드컵 4강에 올랐고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이 세계를 한차례 흔들기도 했다. 한국의 건축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가장 짧은 기간에 지었다고 자랑했다. 대한민국 조선소의 수주량은 세계 1등이었다.
깡통을 두드려 시발택시를 만들던 나라가 세계가 알아주는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최첨단 모바일 폰을 만드는 나라, 인터넷망이 가장 잘 깔려있는 나라로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쫓는 일이 잘 풀린다고 소위 제3세계 경제부흥의 모델이 됐다고 졸부의 거드름을 피우는 동안 정치·경제·교육·검찰·종교·언론을 막론하고 총체적 부실과 더불어 그들의 부패로 한국 사회는 곪은 종창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삶을 지탱해온 원칙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맘모니즘(mammonism)에 매몰되어 자연스레 삶 속에서 터득되던 인간의 자격과 정직성·책임감을 우리는 잃어버렸고 따뜻한 가정과 ‘엄마의 밥상’을 잃었다. 존경받아야 할 어른을 잃었고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위정자를 잃었다
드디어는 봄에 얼굴을 내미는 초록 생명 같은 어린 영혼들을 그것도 수백 명을 ‘세월호’ 사태로 한꺼번에 참혹하게 우리는 잃었다. 어쩌면 도덕성을 잃은 자본과 무능한 정부가 은연중에 용인한 편법과 무사안일이 꽃피워 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을 산채 물속에 수장시킨 셈이다.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한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그동안 우리 삶이, 그리고 우리나라가 지향했던 표피적 가치들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몰아가고 있었는지 지금까지의 흐름을 거슬러 다시 살펴보고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때다.
“백성들이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큰 두려움이 닥칠 것이다” 도덕경에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