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감귤원을 활용한 ‘전기농사’가 착공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업자가 당초 제안과는 달리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사업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푼 꿈을 안고 감귤농사까지 포기하며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됐다.
결국 이 문제는 제주도가 대우건설 컨소시엄(한국테크, 원웅파워 등)의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을 오는 28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국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청문은 사업비 770억원의 조달계획 등 금융약정서 제출을 사업자측에 요구했으나 투자의향서만 제출한데 따른 조치다. 다만, 청문 전에 사업자가 안정적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금융약정 체결 등 적극적인 추진의지가 확인되면 선정 취소 절차를 유보하겠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은 지난해 4월 제주도의 전격 발표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폐감귤원 1만6500㎡(약 5000평)에 1㎿ 기준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연평균 5100만원의 수익(감귤 재배시 2500만원)을 20년 동안 보장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골자였다.
계획이 발표되자 농민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감귤농사보다 두 배 가까운 소득을 보장한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 이후 전기농사 공모엔 111곳이 참여했고, 지난 3월 85농가가 40㎿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참여 농가의 평균 농지면적은 9220㎡(2789평)로, 가장 큰 감귤원은 5만7080㎡(1만7000여평)에 달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4월 본격적인 사업에 착공해 내년 6월까지는 모두 가동할 계획이었다. 또 지난달 2차 모집 공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의 약속 불이행으로 사실상 모든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대책은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특히 사업자의 약속 위반에 대비한 ‘패널티’ 등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도정이 무엇을 믿고 선량한 농민까지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도는 사업자가 취소될 경우 곧바로 공모를 통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두 번 다시 속을 농민은 없을 것 같다. 감귤농가들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를 믿고 이번 ‘전기농사’ 사업에 참여했다. 행정에 대한 신뢰 실추 등 큰 타격을 입은 제주도가 이 사업과 관련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