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한때 우리 방위산업의 자랑이었다. 수리온이란 명칭도 독수리의 ‘수리’와 100이란 뜻의 순 우리말 ‘온’을 합성한 것. 독수리의 용맹함과 함께 국내 자체 기술력으로 100% 제작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명성도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빛이 바랬다. 수리온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실전에 배치된 이후 크고 작은 결함으로 인해 비상착륙과 추락사고가 잇따랐다. 또 엔진 공기흡입구 결빙 방지장치 불량과 같은 치명적인 결함에다, 빗물이 기체 안으로 새 들어오는 결함도 발견했다니 기가 막힐 정도다.
문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이 수리온 헬기가 제주의 ‘소방헬기’로 곧 도입된다는데 있다. 제주소방본부는 2015년 12월 전국 최초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수리온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현재 98% 제작 공정이 이뤄져 오는 12월말 납품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주공항 활주로 동쪽에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으며, 조종사 5명과 경비사 2명도 선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수리온 헬기의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으니 제주소방본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제주소방본부는 일단 ‘도입’에 방점을 찍고 있다. 헬기가 완성돼도 국토교통부의 감항인증(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성능 증명)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제작사인 KAI에 안전성 전반에 대한 확답을 받는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소방헬기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수리온 헬기와 관련 제기되는 제반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감사원의 발표로 불안감이 증폭된 상태에서 설혹 구급환자라 하더라도 선뜻 헬기에 탑승하는 것을 꺼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리온 헬기는 제주뿐만 아니라 산림청을 비롯해 경찰과 해경도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타 지역 소방본부의 경우 한 개의 엔진이 작동하지 않을 때 안전하게 비행을 지속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채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래저래 난감한 처지에 놓인 제주소방본부가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