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남성이 30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고 ‘간첩’의 멍에를 지웠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강모(77)씨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1986년 5월 29일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하면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강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항소 기각과 상고 포기를 거쳐 2013년 4월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 기관의 고문과 장기간의 불법 구금 등 가혹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군사기밀을 수집하는 간첩 행위를 한 사실이 없었다고 재심 사유를 밝힌 것이다.
강씨는 일본에서 귀국 후 자신의 친족과 지인들에게 제주항 확장 공사의 내용, 자신이 잡부로 일하는 현장 공사의 내용, 상설 새마을 학교 입교 후 입소자들의 여론을 청취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17년 이상 오랜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피고인이 제주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북한 또는 조총련의 지령을 수행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참고인들이 보안부대 수사관들의 권유나 협박이 있었다고 진술하는 점과 피고인이 보안부대에서 조사 받을 당시 불법구금 상태에서 가혹행위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여 자백에 이른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