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에서 자란 그에게 바다는 이전부터 준비되어온 커다란 화폭이었다고 아내는 회고한다.
어릴 적부터 항상 보고 듣던 파도의 외침, 바지런히 바다로 향하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 감태를 거두던 고된 노동의 실루엣은 때가 되자 그대로 캔버스로 옮겨졌다. 그의 화폭에 채워진 바다와의 대화는 그 자체로서 그의 삶의 여정이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제주화가 故박유승(1947~2016) 작품전이 오늘(18일)부터 서귀포 공천포에 위치한 바람섬갤러리에서 ‘그릅서! 바당에~’를 주제로 마련된다.
화북에서 태어나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자란 박 화백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하나하나가 그려졌다기보다 마치 태어난듯하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낯 있는 제주의 풍경 속에 원주민들의 삶의 소리가 느껴진다. ‘물질연습’ 에서는 이른 봄 고참 해녀를 따라 바다로 간 어린 새내기의 가뿐 숨소리가 들리고, ‘바릇잡이’에서는 썰물 때면 구럭에 꼬챙이를 들고 하나둘 모여 드는 동네 어른들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에 모래와 조개껍질들을 흩뿌린 ‘바람의 퇴적’(2004) 연작 2점이 처음 외부에 선보인다.
전시를 준비한 아내 강덕선 여사(갤러리 하샤마임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남편이 투병 중에도 집을 갤러리로 만들어놓고 떠났다”며 “남편은 떠났지만 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갤러리는 운영하고, 작품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남편이 세상을 뜬 지난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유고전을 개최한 바 있다.
故 박유승은 제주시 화북동 출생으로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제주지역 중등미술교사로 근무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다. 문의=010-2695-8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