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청년 창작자 ‘열정 페이’ 논란
이마트의 청년 창작자 ‘열정 페이’ 논란
  • 제주매일
  • 승인 201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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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주소주의 지분 100%를 인수한 신세계이마트가 청년 창작자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제주소주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비롯됐다.

제주소주는 “올해 국민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며 지난 한 달간 제주의 감성과 젊은 감각 등을 담은 ‘네이밍&프로모션 기획안’에 대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주제는 ‘20대~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참신한 소주’였다. 입상자들에겐 대상 200만원(1명), 우수상 80만원(2명), 장려상 30만원(3명) 등 상금도 내걸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공모전과 대동소이했지만 너무나 자사 이기주의적인 단서조항이 문제였다. 제주소주는 공모전 수상작은 상표출원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출품작은 반환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제반 권리는 제주소주에 귀속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상작이 아닌 경우에도 회사 판단에 따라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사용(도용)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모든 수상작의 작품은 제주소주에서 수정·보완 후 사용할 수 있다”는 ‘유의사항’도 명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출된 작품이 저작권에 위배되면 응모자 책임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상품(표)화가 되더라도 별도의 추가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공모의 탈을 쓴 아이디어 착취’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돈과 스펙이 필요한 젊은 청년·학생들을 현혹, 아이디어를 싼 가격에 구입해 상품화하려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세계이마트가 공모전을 빌미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지역과의 ‘상생과 발전’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이게 진심이었다면 이번 공모전에선 대상 또는 우수상 입상자에 대해 상금과 함께 특별 채용하겠다는 등의 ‘통 큰 결단’을 보였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미지 쇄신과 함께 큰 박수를 받을 터였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상품화가 되더라도 별도의 추가 비용은 없다거나, 수상작이 아닌 작품의 제반 권리도 회사에 귀속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잇속만 채우는 ‘대기업의 본색’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아닐 수 없다.

지역과의 ‘상생과 발전’은 번지르르한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공모전은 어쩌면 도민과 더불어 제주소주의 제2 출발을 다지는 절호의 기회였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너무 얄팍한 수법으로 ‘소탐대실’을 초래한 이마트의 행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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