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주택 ‘독주 행정’ 갈등만 초래
미래 자산공간으로 남겨도 좋아
요즘 ‘시민복지타운’ 문제가 연일 화두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이른바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들 누구도 주거 취약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입지의 문제, 원칙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시민복지타운이라 불리는 제주시 구남동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제주시 청사이전을 위해 도시기본계획으로 결정된 곳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타당치 않은 목적 외 활용에 대한 논란과 대립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당초 기획했던 계획들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행정이 있다.
이로써 이해 관계자이자 당사자인 지역주민들과의 불통으로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적절치 못한 행정 이행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과 그에 따른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제주시청사 이전 백지화에 대한 문제다. 2011년 시청사 건물이 등록문화재라는 점, 이전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을 들어 당시 행정시장이 시청사 이전 불가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도시개발사업의 승인권자는 도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정책을 변경했다는 것은 법위반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저러한 핑계 등으로 현 시청일대를 근시안적으로 내다봤다는 점이다.
도내 최대의 교통량과 이동량을 자랑하는 시청 일대는 다양하고 많은 문화 집회의 장소로서 광장의 기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행정은 이전 사업비의 50%인 633억을 들여가면서 주변 건물을 매입하거나 얼마 안 된 청사까지 허물어 신축할 계획이다. 행정이 오히려 시청 주변의 과밀화를 조장하고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다음은 시청사 건립예정지였던 공공용지의 용도변경에 대한 문제다. 도시계획지구에서의 용도변경은 토지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교통·환경·교육·주차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공공용지의 주택용지로 변경은 공공의 이해관계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지역주민들과의 합의 속에서 도출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그야말로 ‘나 홀로 독주 행정’이다. 행복주택 건설 적절성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2차례에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설문 표본의 규모와 행복주택 찬성을 유도했던 설문내용 등으로 이미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 건립에 대한 당위성 문제다. 지난 6월초 제주도정은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 건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 디딤돌로서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발표했다.
단연 행복주택은 청년주거정책의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청년 일자리 문제와 연계한다면, 그 일자리가 시민복지타운에 집중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대학가도 아닌 지역임을 볼 때 이곳에 대단지 행복주택 보다는 거점별로 소규모 건립이 더 논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청사부지의 임대주택 반대를 행복주택 찬반논란으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 심지어 지역간 갈등으로까지 논란만 조장하는 현상까지 왔다. 현안을 가장한 명분의 뒷전엔 현재 도내 주택 과잉공급 문제와 청년복지기본계획 조차도 없다.
당초 시민복지타운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현재까지도 시청사예정 부지는 주변 공원과 함께 광장의 역할, 행사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구 시가지내 이런 공간은 더 이상의 확보는 없을 것이다.
시청사 이전이 불가하다면 무조건 사용하기 위한 대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도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다가 제주도민들의 절대적 공감 속에 대규모 용지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시민복지타운을 미래의 자산공간으로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