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
  • 유영신
  • 승인 2017.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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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제주관광 타격 우려
내외국인 대신 찾으며 ‘위기’ 극복
제주 모처럼 일상 되찾은 모습

이주 열풍 영향 제주 급격히 변화
‘변화’ 결국은 지나가는 ‘바람’
정체성 잃지 않고 잘 견뎌냈으면

 

지금 우리는 전국 1일 생활권을 넘어 지구촌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이 원활해지면서 내 집에서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접하고 쌍방 소통마저 수월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손안의 세상을 쥐는 것도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본능’에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수혜지역이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 본능은 경제 성장에 비례하여 자라나 세대를 넘어 이제는 생활 방식과 사고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저축보다는 지금 행복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삶이 우선 시 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일터와 일자리에 대한 생각까지도 달라지게 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로 지난 5년여 사이 열풍이 불었다.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이주 현상과 더불어 슬로우 라이프로 대변하는 탈(脫)직장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그 여파로 제주는 신자유주의라고 해도 좋을 문화적 변화와 자극으로 새로운 콘텐츠들도 생성될 수 있었다.

이들은 청년 창업까지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문화와 스토리가 있는 청년 창업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문화를 디자인하여 마을 주민들과 협력하거나 도·농간 공정 거래를 이끄는 유통의 방식이 있는가 하면 여행 관련 프로그램 생산부터 숙식을 해결하는 방식도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충격파를 그나마 무난하게 극복해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 초기엔 넘쳐나던 중국 관광객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데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에 불과했음을 지금 도민들은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제주관광협회가 발표하는 월별 입도 관광객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들에 밀려 제주 방문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내외국인들이 오고 있다.

올 5월말 현재 제주를 찾은 관광객는 606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1만명에서 불과 5만명 줄었을 뿐이다. 이 또한 여름 휴가철을 이전 통계이니 이제 여름을 지내고 나면 ‘역전’이 이뤄질 지도 모를 일이다.

온통 중국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하다시피 했던 연동의 바오젠거리도 이제는 도민들에게 되돌아온 듯하다. 그 동네 상인들은 매출이 확 줄고 집세는 이미 올라서 어려움을 호소할지 모르겠으나 도민들로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찾는 일부 상점과 식당을 제외하고선 도내에 전반적으로 미친 그들의 영향은 좋은 쪽 보다는 안 좋은 쪽이 더 많다는 말이 많았다. 나 자신을 비롯해 일상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겪는 불편과 불만이 차츰 쌓여가고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차도 무단횡단·불통과 소음의 문제를 넘어 범죄행위로까지 확산되어 ‘상식의 선’을 넘어가는 즈음에 사드 여파는 차라리 다행이라 할 만큼 제주도는 겨우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섬나라 제주는 끊임없는 물결과 바람의 변화와 더불어 살아간다. 지금 시대에 불고 있는 이러한 변화도 한 주기(週期)일 것이다. 변화의 물결과 바람은 한순간 밀물처럼 밀려와 삼킬 듯 겁을 주기도 하고 정신 못차리게 거센 바람으로 다가와 흔들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속살을 드러내고, 잔잔한 미풍으로 가슴 깊숙이 품어 안을 듯 당기며 우리를 감싼다.

자의든 타의든 제주에서 산다는 것은 바람과 물결의 흐름에 따라 제주인의 삶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어쩌면 살아갈 날들 보다 살아낸 날들이 더 많아지다보니 저절로 깨달아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시절을 따라 변하듯 사람의 생각도 행동 방식도 일생의 때와 주기를 따라 변하고 있나보다. 모쪼록 우리가 겪는 지금의 물결과 바람에 모든 제주인들이 우리 선조들이 그래왔듯이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겪어내고 견디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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